최종건 회장과 최종현 회장. 오늘날의 SK 그룹을 만든 형제다. 형 최종건은 창업 설립자다. 동생 최종현은 기틀을 마련한 주역이다. 누가 SK 그룹의 주류인가. 간혹 이런 논쟁을 하는 경우가 있다. 심사위원회의 고민도 거기 있었다. 수원 명예의 전당에 한 사람만 선정해야 했다.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종건ㆍ종현 형제 선정’이다. 나머지 헌정자 6명이 개별 선정인 것과 달랐다. ‘종건ㆍ종현 형제’에만은 ‘1건 2인 선정’이라는 예외를 적용했다. ▶형 최종건의 출발은 선경직물에 견습기사다. 광복 이전에 입사해 일을 배웠다. 8ㆍ15 이후 적산(敵産)이 된 선경을 인수했다. 부품을 조립해 직기 4대를 만들었다. 이 4대가 12년 뒤 1천대로 늘었다. 1973년에는 선경석유까지 설립하게 된다. 하지만, 그의 짧은 역사는 거기서 끝났다. 선경석유 설립 반년 만에 폐암으로 사망했다. 48세의 젊은 나이였다. 마지막 순간, 그는 SK 역사에 남을 선택을 했다. SK를 세계적 기업으로 만든 결정이다. ▶동생 최종현에게 기업을 맡겼다. 지역 사회엔 둘의 아름다운 형제애가 전해진다. 형 최종건의 아우 사랑은 남달랐다. 동생 최종현을 유학시키며 뒷바라지했다. ‘너는 공부를 많이 한 기업인이 돼야 한다’는 게 형 최종건의 주문이었다. 최종현 회장의 위스콘신대학교ㆍ시카고 대학교 경제학 학위는 그래서 가능했다. 최종현 회장도 형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세계 석학들과의 교류를 현장에 접목한 최초의 1세대 기업인이 됐다. ▶최종건ㆍ종현 형제의 정신이 곧 SK 정신이 됐다. 지역과 사회에 대한 책임을 소중하게 이어가고 있다. 1995년에 대형 도서관을 지어 수원지역에 기부했다. 최신원씨(최종건 회장 아들ㆍ현 SK네트워크 회장)는 기부왕이다. 역대 기부액 37억원으로 1위다. 세계공동모금회(UWW) 최고액 기부 클럽인 ‘1000만 달러 라운드테이블’에 가입했다. 아시아인 최초다. 경영적 손해에도 불구하고 ‘창업 고향’을 지키고 있다. 70년 된 수원 터다. ▶대기업 후세들의 일탈이 논란이다. 땅콩 회항, 물벼락 파문, 욕설 경영…. 끝이 없다. 그때마다 사람들이 ‘인성 교육’을 말하고 ‘사회적 책임’을 말한다. 하지만 ‘맘대로 되지 않는 게 자식 농사’라 했다. 말처럼 쉽지는 않아 보인다. 본을 보일 수 있다면 제일 좋겠는데…. SK 그룹 역사에서 그런 단면을 볼 수 있다. 감동적인 형제애로 키워온 기업, 사회적 책임으로 그 정신을 잇는 2세. 이런 기업을 향토기업으로 갖고 있는 것도 시민의 행복이다.
김종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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