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스코어는 졌어도 농구는 이겼다

이호준 사회부 차장 hoju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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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프로야구 리그가 ‘심판’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스트라이크존 문제, 아웃과 세이프 문제 등 논란은 해마다 끊이지 않고 있지만 심판도 사람인지라 찰나의 순간을 판단해야 하는 프로야구에서 심판들의 고충도 이해가 된다. 

그러나 올해는 조금 다르다. 선수들이 심판에게 스트라이크존에 대한 항의조차하지 못하도록 규정이 바뀌었는데, 스트라이크존에 대해 항의하는 선수들이 퇴장당하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또 다른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항의를 못하게 하는 것은 심판의 ‘권위’에 대한 문제일 것이다. 

물론 아이들에게도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프로야구에서 불필요한 항의는 사라지는 게 맞다. 그러나 문제는 규정이 ‘공평’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똑같이 항의했는데 어떤 선수는 퇴장시키고 어떤 선수는 그냥 넘어간다면, 그것은 공정한 게임이 될 수 없다.

 

심판에 대한 논란은 프로농구에서도 발생했다. 모든 농구인들의 축제 KBL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 말이다. 당시 경기 전반 내내 서울SK에 뒤지던 원주DB는 후반부터 힘을 발휘, 종료 직전 서울SK 턱밑까지 따라붙었지만, 이상범 원주DB 감독이 테크니컬 파울을 받으면서 경기는 그대로 서울SK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당시 심판은 상대선수가 트레블링이라고 항의하던 이 감독에게 테크니컬 파울을 주려다 취소했고, 이를 본 서울SK 측이 항의하자 다시 테크니컬파울을 줬다. 이러한 ‘오락가락’한 모습에 농구팬들이 분노했다. 또 당시 욕을 하지도, 인상을 쓰지도 않은 이 감독에게 경고를 줬어야 했는지, 심판이 경기에 ‘과도하게 개입’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 경기가 끝난 후 이 감독은 공식 인터뷰 자리에서 “스코어는 졌어도 농구는 이겼다고 생각한다”는 말을 남겼다.

 

6ㆍ13 지방선거가 다가온다. 지방선거에서 심판은 선거관리위원회라고 볼 수 있겠다. 사람들은 선거법에 대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말을 한다. 선관위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는 이 말 한마디로 압축된다.

 

그래서 선관위에 당부하고 싶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권위만 내세우지 않고, 모든 후보에게 공평하고, 오락가락하지 않고, 선거에 지나치게 개입하지도 방관하지도 않는 자세를 보여 이번 선거가 모두에게 축제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선거가 끝난 후 “득표는 적었지만 선거는 이겼다”고 말하는 후보는 없었으면 좋겠다.

이호준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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