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웃을 권리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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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들은 많이 웃지 않는다. 웃을 일이 많으면 좋겠지만 삶은 그렇지 않다. 특히나 몸과 마음이 아플 때는 웃긴 것을 보아도 웃어지지 않는다. 즐거운 감정이 생기지 않는 탓이다. 때로는 하루 이틀 웃지 않고 지낼 수 있다. 그러나 웃지 않는 시간이 길어지면, 어느 순간 웃는 법을 잊게 될지 모른다. 웃는 법을 잊은 몸과 마음은 딱딱하게 굳어져 신체의 병을 만들 수 있다.

 

그래서 억지로라도 웃어야 한다고 말한다. 좋은 일이 있어 웃기보다, 웃다보면 좋은 일이 생긴다고 웃는 습관을 가지라한다. ‘웃음치료(laughtertherapy)’도 그런 것이다. 웃음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건강하고 즐겁게 해주고, 그 영향으로 몸이 건강해지도록 돕는다. 웃으면 얼굴이 바뀌고, 얼굴이 바뀌면 건강이 바뀌고, 건강이 바뀌면 운명이 바뀐다고 할 수 있겠다.

 

웃음치료의 역사는 깊다. 고대의 의사 밀레투스가 쓴 ‘인간의 특성’이라는 의서엔 ‘웃음의 어원은 헬레(hele)이고, 그 의미는 건강(health)’이라고 기록돼 있다. 우리나라에도 조선시대에 ‘웃음내시’가 있었다. 웃음내시는 임금에게 우스운 이야기를 해주거나 웃을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왕의 스트레스와 근심을 날려버리게 도왔다.

 

쾌활하게 웃을 때 우리 몸의 650개 근육 중 231개가 움직인다고 한다. 실제 웃음은 심혈관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 통증도 상당량 줄여준다. 20초 동안 웃으면 심장 박동이 3~5분간 3배로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또 자주 웃으면 면역력도 올라간다. 근육의 자연스러운 수축과 이완 효과를 통해 근육의 유연성을 높이고 근육 피로를 푸는 데도 도움이 된다. 웃음만큼 돈 들이지 않고 건강을 챙길 수 있는 ‘명약’도 없다.

 

최근 중국에서 ‘웃을 권리’를 주장하며 전국 곳곳에서 차량 시위가 벌어졌다. 수백만명의 네티즌들에게 웃음을 주던 동영상 앱 ‘네이한돤쯔(內涵段子)’를 중국 당국이 폐쇄하자 분노한 네티즌들이 들고 일어난 것이다. 네이한돤쯔는 웃음을 유발하는 코믹한 영상이나 황당한 상황을 담은 짤막한 동영상이 핵심 콘텐츠로, 등록된 사용자가 2천만명에 이른다. 

광전총국((廣電總局ㆍ미디어 감독 부처)은 “사회주의 가치관을 해치는 저속한 음란물 유통을 단속한다”는 이유로 예고없이 앱을 영구 폐쇄했다. 동영상을 보면서 낄낄대며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못마땅했던 것이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고되고 바쁜 일상 속에서 앱을 보고 웃으며 스트레스를 푸는 게 무슨 잘못이냐”고 거칠게 항의했다. 웃을 자유마저 빼앗은 중국 당국이 큰 실수를 했다. 웃음의 가치를 몰랐지 싶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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