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에 나설 자유한국당 후보들이 홍준표 당대표 딜레마에 빠지고 있다.
남북정상회담 훈풍 등으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의 당 지지율 차이가 더 벌어질 위기상황인데 홍 대표의 잇따른 돌출 발언이 부동층과 지지층 표심마저 돌려 세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후보들이 선택할 길은 홍 대표와 함께 가거나, 다른 길을 가는 것뿐인데, 그 어느 쪽을 선택해도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가 나오는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참다못한 일부 후보들은 공식적인 일침을 가하거나 다른 길로 돌아서고, 대다수 후보는 맘 속으로 홍 대표의 자제를 바라는 형국이다.
자유한국당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2일 한 라디오방송 인터뷰에서 판문점 선언을 ‘위장평화쇼’라고 비난한 홍 대표를 향해 “조금 더 깊이 생각하고 말씀했으면 한다”, “국민의 생각에서 너무 동떨어지면 지지받기가 어렵다”라고 밝혔다.
같은 당 김태호 경남지사 후보는 1일 초·중·고교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내놓았다.
홍 대표가 경남도지사 시절 중단시켰던 무상급식의 부활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정 반대 길로 가는 셈이다.
유정복 인천시장도 지난 30일 “자유한국당 지도부는 정신 차리고 국민의 언어로 말하라”라며 홍 대표를 항해 직격탄을 날렸다. 홍 대표 등 지도부가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국민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몰상식한 발언으로 당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일침을 놓은 것이다.
이 밖에 인천지역 자유한국당 소속의 기초단체장과 광역·기초의원 후보들도 말은 못한 채 냉가슴을 앓고 있다. 후보들과 선거 캠프 주변에서는 ‘선거 운동 기간에는 홍 대표의 인천 지원유세를 금지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웃픈’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홍 대표는 당 안팎의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제1야당대표가 자기들과 의견이 다르다고 ‘하이에나’처럼 떼 지어 달려들어 물어뜯는 사례가 단 한 번이라도 있었나?”라며 정면 반박했다.
후보들 입장보다는 내 주장이 옳으니 계속 가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깊어져만 가는 홍 대표 딜레마를 후보들은 어떻게 풀어 나갈까?
유제홍 인천본사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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