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오월(五月)

김동수 지역사회부장 dski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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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순환이 너무 빠르다. 어제와 오늘이 너무나 다르게 느껴진다.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았다. 저 멀리 출근길에 보았던 청계산 봄꽃들은 너무나 화사했다. 울긋불긋 시야를 사로잡은 꽃은 향연은 “이제 봄이구나” 하는 생각을 절로 나게 했다. 봄의 역동과 희망을 만끽하기에 충분했다. 그런 사이 어느새 그 꽃들이 사라졌다. 그도 순식간이다.

 

그 꽃들이 그리웠을까? 오늘 출근길 청계산을 지나면서 그때 보았던 산 중턱을 바라봤다. 하지만, 그 꽃들은 간데없고 대신, 녹음만 가득했다. 아쉬움의 자리는 어느덧 푸름으로 채워졌다. 그렇게 또 시간이 흐른다.

 

바야흐로 오월이다. 신록의 계절이 찾아왔다. 많은 시인들이 소재를 찾고 예찬론을 펼치는 오월이다. 완연한 봄의 기운을 품어대는 오월은 희망과 설렘의 결정판이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무언가 도전하고 싸워보고도 싶은 욕구가 앞선다. 그래서 그럴까? 오월의 역사는 만만치가 않다.

 

오월 하면 생각나는 단어가 있다. 바로 5ㆍ16과 5ㆍ18이다. 5ㆍ16은 군사쿠데타가, 또 5ㆍ18은 광주에서 민주화 운동이 일어난 날이다. 가슴 아픈 역사의 흔적이 남아있는 날들이다. 과거 혁명과 사태에서 지금은 쿠데타와 운동으로 바뀐 아이러니한 역사의 한 페이지다.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의 평양 방문(2일), 초대형 어음 사기사건 이철희·장영자 부부 구속(4일), 프로골퍼 최경주 한국인 처음 PGA 제패(6일), 대동법 시행일(7일)도 오월에 일어난 일이다. 이뿐 아니다. 10일에는 근로기준법이 공포됐고 14일은 헌법재판소가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을 기각한 날이다. 또 한용운의 님의 침묵이 출간된 날이 20일이고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 ‘직지심체요절’이 발견된 날이 29일로 기록된다.

 

도도한 시간의 흐름 속에 크고 작은 역사적 사실을 담아왔던 오월, 우리의 고중세사는 물론 근현대사를 장식했던 오월의 일들은 지금도 역사로 전해진다. 한 번쯤 그 시간 속으로 가고픈 충동도 앞선다. 필자는 학생운동이 봇물을 이루던 80년대 학번이다. 그래서 5월이면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있다. 오월의 노래다. “오월 그날이 다시 오면 우리 가슴에…”

김동수 지역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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