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노인을 보는 시선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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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가 올해 처음 ‘노인인권 종합보고서’를 만들었다. 전국의 노인(65세 이상) 1천명과 청·장년(19~64세) 500명을 대상으로 노인 인권 침해와 그에 대한 국민 인식을 전반적으로 조사한 결과다.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층이 노인의 상황을 부정적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청년(19~39세) 중 80.9%가 ‘우리 사회가 노인에 부정적 편견이 있고, 이 때문에 노인 인권이 침해된다’고 답했다.

 

노인에 대한 청년들의 부정적 인식은 일자리·복지비용 등을 둘러싼 갈등 때문이다. 청년 56.6%가 ‘노인 일자리 증가 때문에 청년 일자리 감소가 우려된다’고 답했다. ‘노인 복지 확대로 청년층 부담 증가가 우려된다’고 답한 청년은 77.1%에 달했다. 세대 갈등에 대해서도 청년층이 훨씬 심각하게 느꼈다. ‘노인·청년 간 갈등이 심하다’는 문항에 20·30세대 81.9%가 ‘그렇다’고 답했다. 노년층(44.3%)의 거의 2배 수준이다. ‘노인이 학대·방임을 당한다’는 문항엔 노인들은 10%만 ‘그렇다’고 했지만, 청년들은 85.2%가 동의했다.

 

노인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이 어둡다.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세대 간 경제·정치·사회적 이해관계가 날이 갈수록 크게 충돌하고 있다. 인터넷 공간에선 20·30세대를 중심으로 노인을 비하하는 표현들이 유행하고 있다. ‘틀딱(틀니를 딱딱거리는 노인)’ 같은 표현이 대표적이다. 노인 차별 문제도 심각하다. 어떤 카페에선 ‘노인이 많으면 젊은 사람이 안 온다’며 출입을 거부한다. 빈 택시인데도 노인은 태우지 않는 경우도 있다. 노인세대는 자녀세대로부터 ‘짐’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노인에 대한 부정적 시선은 나이 드는 것에 대한 혐오로까지 이어진다. ‘경로(敬老)’는 옛말이고 ‘혐로(嫌老)’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런 현상을 우려하는 것은 노년층만이 아니다. 언젠가 노인이 될 미래를 상상하며 20·30세대가 우리 사회의 ‘혐로 현상’을 더 걱정하고 있다. 이는 노인이 되는 것 자체를 불안해하는 ‘노화공포증’으로 나타날 수 있다.

 

청년층 사이에서 노인 혐오는 빠른 속도의 고령화 만큼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노인에 대한 반감이 차별을 낳고, 결국 노인 인권 악화와 노년 혐오로 이어지는 분위기를 쇄신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는 더 삭막하고 불안해지게 된다. 노년을 준비하고 노인을 이해하는 교육, 노인의 지혜·경험을 전수하는 교육에 모든 세대가 함께 참여하는 세대공동체 교육이 필요하다. 노인과 젊은 층이 함께 만나고 교류하고 통합하는 사회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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