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이면 이낙연 국무총리가 취임한 지 1년이 된다. 그동안 노련하고 진중한 국회답변이나 국무회의 시 무능한 장관을 질책하는 모습을 보면서 모처럼 총리다운 총리를 기대했다. 하지만, 요즘 총리가 안 보인다는 여론이 많다.
이낙연 총리는 얼마 전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미약한 정책은 수필”이라면서 ‘재활용 쓰레기’의 주무 부처인 김은경 환경부 장관을 질책했다. 이 총리는 이 자리에서 “당장 급한 쓰레기 수거 문제도 처리하지 못하면서 무슨 중장기 대응방안이냐”면서 “일단 현장에 집중하라”고 지시했다.
무능한 장관을 혼낸 것은 국민이 볼 때 시원하지만 어딘지 찜찜한 마음이 남는다. 국정을 총괄하는 총리는 현안과는 관계없고 심판자의 모습만 보인다. 총리는 국민과 함께 장관들을 질책하는 자리가 아니라 국정을 잘못 운영한데 책임을 지고 사과하고 해결책을 내놓는 자리다. 손에 구정물을 묻히는 것보다는 좋은 것만 하려 하는 느낌을 받는다.
막강한 대통령제 국가에서 전권을 청와대에서 휘두르는 판국에 책임총리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오죽하면 ‘대독총리’니 ‘의전총리’니 하는 불명예스런 별칭까지 붙었겠는가.
사실 지금 장관 중에 제대로 전문성이나 통솔력을 갖춘 사람이 많지 않음을 국민은 잘 안다. 누가 장관인지도 모르는 국민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이 총리의 경륜과 리더십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남북문제뿐 아니라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모든 관심의 초점이 청와대로 쏠리고 있다. 외교부 장관은 보이지 않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만 보인다. 법무부 장관은 보이지 않고 조국 민정수석만 보인다.
국민의 인권을 다루는 검경수사권 조정현안에서도 총리는 보이지 않는다. 최저임금제 시행으로 파생되는 문제에 대해서 총리실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내각을 총괄하고 현안을 조정해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시스템은 없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만한 환경부나 식약처만 가지고 혼낼 게 아니라 국정의 세세한 부분까지 챙기고 성역 없이 현안을 다루는 이 총리의 모습을 국민은 보고 싶어 한다.
청와대 입장에서 총리는 바쁜 대통령 대신 각종 회의를 주재하고 행사에 참석하는 조용한 총리를 원할 것이지만 정부안에서 쓴소리를 할 사람은 총리뿐이다.
이 총리는 지난해 5월31일 정부 서울청사에 첫 출근 하며 “민생문제는 제가 최종적 권한을 가진 책임자라는 마음가짐으로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제 낼 모래면 취임 1년이 되어가는데 이 같은 다짐과 약속은 어디에서 찾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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