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실종(失踪)

김규태 정치부 차장 kkt@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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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에 또다시 선거의 계절이 찾아왔다. ‘내 고향, 내가 살아온 곳’의 발전을 이뤄내겠다는 후보들이 넘쳐난다. 각자의 정치적 성향에 맞게 정당을 선택한 이들은 자신의 이름을 큼지막하게 단 형형색색의 점퍼를 입고, 예비후보라는 명함을 들고 시민들에게 다가가며 자신을 알리는 역할에 충실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선거는 참 이상하다. 무더운 여름, 시원한 냉면 한 그릇 먹기 위해 찾아간 냉면집 물냉면에 삶은 계란이 빠진 듯한 느낌이라고 할까.

 

▶‘실종(失踪ㆍ종적을 잃어 간 곳이나 생사를 알 수 없게 됨)’은 우리들의 뇌리에 좋지 않은 단어라는 인식을 주는 명사라고 할 수 있다. 어린이 실종, 어르신 실종, 반려견 실종 등등.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도 ‘실종’된 것이 있다. 큰 일을 하겠다는 사람들은 넘쳐 나는데, 그 큰 일을 해내기 위해 ‘초석’이 되는 ‘정책’과 ‘공약’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물론 모든 예비후보들이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님을 밝혀 둔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다 싶다. 아직 시작도 안한 선거인데, 판세는 이미 한쪽으로 기울어진 것이 문제일 수도 있겠다. 대세 정당의 공천만 받으면, 거진 시장ㆍ거진 도의원ㆍ거진 기초의원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너무 앞선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래서 그 기울어진 추 속에서 시민을 위한 정책과 공약을 제시하기 보다는 같은 당 소속 상대 후보를 흠집 내는데 더 많은 공을 들이다보니 시간이 없어서 그런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고.

 

▶‘금세 밑천 드러난다’는 관용구가 있다. 준비가 미처 안된 당선인은 금방 재능이 탄로나는 법이다. 사탕발림에 속아 넘어가는 국민들이 아니다. 한 번은 속을 수 있으나 두 번은 절대 속지 않을 만큼 주권의식이 강한 우리 국민들이다. 그런 이들에게 ‘다음 기회’는 절대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아직 본 게임은 시작도 안했다. 남발해도 좋으니 지금이라도 국민들의 삶의 질과 행복지수를 높여줄 ‘정책’과 ‘공약’을 던져 보자. 그래서 우리 국민들이 제대로 된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말이다. 투표용지도 국민들의 혈세로 만들어진다. 그 투표용지가 아깝지 않은 선거가 될 수 있도록 후보님들의 멋진 ‘정책’과 ‘공약’을 기대해 본다.

김규태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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