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주는 하프 라인에서 시작됐다. 노란 운동복 일본 선수들이 뒤를 따랐다. 붉은 운동복 한국 선수는 따라잡히지 않았다. 달려드는 골키퍼까지 제쳤다. 텅 빈 골문으로 공은 빨려 들어갔다. 뒤쫓아온 일본 선수 3명이 가쁜 숨만 몰아쉬었다. 축구장 절반이 넘는 60m를 몰고 들어간 드리블이었다. 일본 축구에는 최악의 모욕적인 영상으로 남았을 게 틀림없다. 한국 축구에는 한일전 역사에 남을 최고의 영상이다. 다들 ‘한국의 메시’라고 불렀다. ▶이승우(헬라스 베로나 FC)였다. 2014년 ‘사건’이었으니 16살 때다. 그가 월드컵 국가대표에 뽑혔다. 당시 감독이던 신태용 현 감독이 그를 선택했다. 1998년생이니까 올해로 만 19세다. 신예 선수로는 황희찬(22)도 있다. 잘츠부르크에서 활약 중인 공격수다. 하지만, 언론은 이승우를 주목한다. 다른 이유는 없다. ‘최연소’ ‘막내’라는 형용사 때문이다. 이번이 최종 선발은 아니다. 그런데도 언론은 이승우의 러시아행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언론 생리가 그렇다. ‘최연소’는 구미 당기는 소재다. 과거에도 월드컵 출전을 앞둘 때면 그랬었다. 가장 흥분했던 게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이다. 차범근 당시 감독이 이동국과 고종수를 선발했다. 둘 다 축구 천재 소리를 듣던 19세였다. 언론은 둘 중에도 막내를 구별했다. 6개월 빠른 이동국(만 19세 2개월)에게 조명을 맞췄다. 공교롭게 그 대회 결과는 참담했다. 멕시코(1대 3), 네덜란드(0대5)에 졌고, 대회 중에 차 감독이 교체됐다. ▶스포츠에서 현재와 미래는 공존하기 어렵다. 팬들이 그러지 않는다. 현재에 만족하면 현재에 환호한다. 그게 안 될 때 미래를 기대한다. 이승우에 대한 기대도 그런 측면이 있다. 역대 최약체라는 평가를 듣는 대표팀이다. 아시아 지역 예선에서 실망이 컸다. 여기에 본선 대진운까지 나쁘다. 독일, 멕시코, 스웨덴과 같은 조다. 그래서 많은 팬이 우려하면서도 전망하는 게 예선 탈락이다. ‘19세 5개월’ 이승우는 그래서 더 주목되는 것이다. ▶이승우가 아주 특별한 선수임은 틀림없다. 한일전 ‘60m 폭풍 드리블’은 다시 못 볼 명장면이다. 하지만 ‘19세 5개월’이란 형용사가 결과를 만드는 건 아니다. 국가대표 축구선수는 국가에서 축구를 가장 잘하는 선수여야 한다. ‘미래 기대’도, ‘과거 명성’도 아니다. 오로지 ‘현재 실력’이어야 한다. 2018년 6월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축구를 잘하는 선수가 러시아 월드컵 국가대표다. 이승우가 그런 선수로 입증되길 많은 국민이 고대한다.
김종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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