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통한 ‘판문점 선언’ 이후, 한반도 주변 정세가 분주해졌다. 북중 정상회담, 한미 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까지….
젊은이들은 벌써 통일 한국을 꿈꾸며, 평양에 가서 옥류관 냉면을 맛보고, 북한을 통해 대륙횡단 열차를 타고 유럽까지 기차여행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시화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너무 갑작스러운 변화에 얼떨떨하며, 그런 꿈같은 일이 이렇게 쉽게 다가올 수 있을지 반신반의하기도 한다.
한걸음 다가온 한반도 종전과 평화 시대에 상호 갈등의 구도를 버리고 교류와 협력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기 위해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많다. 제일 먼저 70년을 이어온 분단의 아픈 역사를 통해 굳어진 남과 북의 문화적 이질감을 해소하고 동질성을 회복하는 일이 급선무가 될 것이다. 한반도의 평화 및 민족공동의 번영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방안으로 남과 북이 함께 공유하고 있는 한의학의 교류를 적극적으로 재개하는 것은 어떨까?
한의학은 우리 민족의 문화와 생활에 기반을 둔 의학으로, 분단 이후 첨예한 정치적 이념적 대립 속에서도 남과 북 모두 그 정통성을 유지하며 비약적으로 발전시켜 온 분야다.
그동안 남북은 2001년부터 2008년까지 총 12회에 걸쳐 학술 교류와 물품(구급차 및 심전도, 약탕기 등 의료기기 및 약재) 지원 등을 진행해 왔다.
또한 2007년에도 남북 간 민족의학 제도와 정책, 임상과 관련한 정례적인 학술토론회를 개최했으며, 당시 영부인 권양숙 여사가 노무현 대통령 한의 주치의 등과 고려의학과학원을 방문해 민족의학 발전에 서로 힘을 모으자는 북측 제안에 긍정적으로 화답해 화제가 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10년 동안의 남북관계 경색기에 중단됐던 남북 한의학 교류의 재개를 통해 인도주의적인 차원에서 남북 간 교류와 협력의 선도적인 물꼬를 틀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를 위해 한의계가 남북 간 공동 연구를 위한 ‘남북 민족의학 협력센터’ 건립, 한약재 공동 재배 및 수출입 협력, 한약 자원 공동 개발사업 추진, 인도주의적 차원에서의 민족의학 활용한 의료봉사활동 합동 전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비롯한 각종 스포츠대회에 공동 한의진료진 파견 등 ‘남북 간 전통의학 교류협력 위한 5대 사항’을 북측에 공식 제안하였다고 하니 참으로 바람직한 일이다. 한의약은 남북의 동질성을 회복하고 남북 공동의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최상의 카드다.
윤성찬 경기도한의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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