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수원 떠나는 효자기업들

권혁준 경제부 차장 khj@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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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 권선구 고색동에 위치한 수원산업단지는 수원의 유일한 산업단지다. 지난 2006년 1단지 조성을 시작으로 2016년까지 10여 년에 걸쳐 3단지 조성까지 완료됐다. 

1~3단지에 반도체를 비롯해 전기ㆍ전자, 기계, 금속 등 다양한 업종의 650여 기업이 입주, 1만 5천여 명이 몸담고 있는 명실상부 대규모 산업단지다. 단지가 잘 꾸려지다 보니 다른 지역 기업들이 이곳으로 터전을 옮기기도 했다. 수원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 셈이다.

 

그런 수원산업단지에 입주한 기업들의 움직임이 요즘 심상치 않다. 수원을 떠나 화성과 용인, 오산 등 인근 지역으로 본사나 공장을 이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다. 더는 공장 신ㆍ증설이 어려워지면서다.

 

반도체 업체인 A업체는 본사를 비롯해 2공장과 3공장을 산단 내에서 운영하고 있다. 이 업체는 추가 공장 증설이 필요하지만, 포화상태인 산단 내에서 증설이 어렵자 오산에 부지를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체는 추가 공장만 오산에 세울지, 아예 모든 사업장을 이전할지 검토 중이라고 한다. 상장기업이 수원을 떠나면 산단은 물론 수원시에도 막대한 손해를 끼칠 수밖에 없다는 게 산단 관계자들의 우려 섞인 말이다.

 

또 다른 제조업체인 B업체도 최근 화성 동탄에 추가로 부지를 사들였다. 증설하는 공장을 세우기 위해서다. 이뿐 아니라 여러 기업이 다른 지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들 기업이 수원을 떠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산단이 포화를 이룬데다 주변에 배후단지가 없다는 게 크다. 주변 농지를 알아봐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토지매입비는 기업인들이 쳐다볼 수 없을 정도로 껑충 뛰었다.

 

사정이 이렇지만, 수원시의 산업단지 4단지에 대한 계획은 아직 없다. 도시관리계획상 산업단지는 일반공업지역으로 분류되는데, 공장총량제로 묶인 탓에 추가로 개발가용지를 찾기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경기도를 비롯한 많은 지자체들이 고용창출과 지방세수 확보를 위해 공격적으로 기업 유치전에 뛰어들고 있다. 이제는 수원시와 산업단지 입주 기업, 지역 경제계 모두가 정확한 진단을 해보고,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하루빨리 대안을 찾지 않으면 줄줄이 수원을 빠져나가는 기업을 눈 뜨고 바라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권혁준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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