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KT 위즈 임종택 단장의 사무실에 가면 서약서 한 장이 눈에 들어온다. ‘2018시즌 탈꼴찌에 실패하면 그 책임을 통감하고 야구단장 직에서 물러날 것을 서약한다’는 내용이다. 이 서약서는 취임 2년 차인 임 단장이 시즌을 맞이하는 각오를 지난 1월 작성했단다. KT 위즈는 경기도민과 수원시민의 열망 속에 2013년 10구단으로 창단돼 2군리그를 거쳐 2015년 1군 무대에 데뷔했다.
▶기대와 달리 KT는 세 차례 시즌에서 모두 꼴찌를 했다. 신생구단으로서의 엷은 선수층과 모기업 투자의 한계, 경험 부족 등으로 인해 기존 구단들의 벽을 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 시즌엔 시범경기 1위와 정규시즌 초반 및 종반 호성적으로 올해를 기대케 했다. 구단 역시 올 시즌 ‘탈꼴찌’와 ‘5할 승률’을 목표로 세웠다. 88억원을 들여 거포 내야수 황재균을 영입했고, 신인 최대어 강백호와 겨울 이적시장서 금민철, 니퍼트 등 선발투수들을 보강했다.
▶시즌 초반 ‘홈런공장’ SK와 팀 홈런부문 1, 2위를 다퉜을 만큼 타선은 막강 화력을 자랑했다. 4월 중순까지 5할 승률을 유지하며 올 시즌 목표 도달 가능성을 기대케 했다. 하지만 마운드가 붕괴되고, 덩달아 타선도 침묵하면서 승률이 4할대로 떨어졌다. 순위 역시 꼴찌는 면하고 있지만 8위로 불안하다.
▶팬들로서는 성적부진 이유 가운데 무엇보다 작전부재가 답답하기만 하다. 감독의 능력은 선수를 적재적소에 기용하고, 작전을 짜는 지략이 생명인데 KT에서는 그런 ‘묘수’를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지난 22일 KIA전에서는 4회나 남겨두고 추격 상황에서 간판 타자 2명을 빼는 납득하기 어려운 선수 교체로 ‘감독이 너무 일찍 경기를 포기한 것이 아니냐’는 비난을 자초하며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다음날엔 여론의 뭇매를 맞은 탓인지 9회 대역전 드라마를 썼다.
▶절박하면 통한다. 프런트에서는 단장이 직을 걸고 ‘배수의 진’을 치고 있다.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도 더욱 절박함을 느껴야 한다. KT 프런트는 어느 해보다도 테이블에 좋은 재료들을 갖춰 놓았다. 이제 이를 바탕으로 탈꼴찌와 5할 승률 목표의 상을 차리는 것은 전적으로 감독과 경기를 펼치는 선수들의 몫이다.
황선학 체육부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