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치맥의 역습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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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리에 방송됐던 TV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는 전지현이 “눈 오는 날엔 치맥인데”라는 대사가 나온다. 드라마의 인기는 한국에서 인기를 끌던 치맥이 한류 열풍을 타고 중국 대륙으로 번지게 된 계기가 됐다. 

당시 중국엔 한 손에는 닭튀김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맥주를 들고 인증샷을 찍어 SNS나 블로그에 올리는 것이 유행이었다. 치맥을 먹으러 한국으로 관광오는 사람들도 많았다. 2016년 인천 월미도에선 유커(遊客ㆍ중국인 관광객) 4천500여 명이 떠들썩한 ‘치맥 파티’를 벌였다. 하얀 탁자가 월미도 문화의 거리를 가득 메우고 치킨 3천마리와 캔맥주 4천500개가 공수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치킨(Chicken)과 맥주(麥酒)를 함께 먹는 ‘치맥’은 이제 고유명사가 됐고, 한국인 음주문화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치맥 자체가 한류콘텐츠이고, 한국의 관광상품이다. 치맥을 테마로 한 축제, ‘치맥 페스티벌’이 열리는가 하면 그 축제가 해외로 수출돼 중국에서도 성황을 이뤘다. 치맥 열풍은 국내 치킨업체들의 해외시장 진출 교두보가 되기도 했다.

 

바야흐로 치맥의 계절이다. 더운 날씨에 더 잘 어울리는 치맥은 야구장에서, 공원에서, 여름밤 노천카페에서 언제 어디서나 즐겁다. 하지만 맛있는 치맥 속에 무서운 질병이 있었으니, ‘치맥의 역습’이다.

 

주로 중년 남성이 잘 걸린다고 여겼던 ‘통풍(痛風)’이 20~30대에서도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치킨에 맥주를 곁들이는 ‘치맥’ 열풍이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기름진 닭튀김에 요산 수치를 높이는 퓨린을 함유한 맥주를 마시는 치맥은 통풍의 대표적인 위험인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통풍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2년 26만565명에서 2017년 39만5천154명으로 49% 증가했다. 환자의 90% 이상은 남성이다. 특히 2012년부터 2017년까지 20대 남성 환자가 크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20대 남성 환자는 1만882명에서 1만9천842명으로 82% 늘어났다. 30대 남성 환자도 66% 증가했다.

 

통풍은 요산이라는 단백질 찌꺼기가 몸속에서 과잉 생산되는 등 농도가 높아지면서 관절이나 콩팥, 혈관 등에 달라붙어 생기는 대사성 질환이다. 주로 엄지발가락 부위가 매우 아프면서 뜨겁고 붉게 부어오르는 증상으로 시작한다. 평상시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다가 술을 마시면 발작처럼 통풍의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바람만 스쳐도 아프다고 해서 통풍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도 한다.

 

치맥이 맛있다지만 통풍까지 걸려 고통을 겪는 일은 없어야겠다. 맥주도 술인지라 과하면 역시 좋지 않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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