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팩스와 문자와 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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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스는 1980년대에 모사전송이라 해서 공문서를 우리 사무실 기계를 전화선으로 상대편 기기에 연결해서 문서를 복사해서 전달하는 획기적인 문서발송 수단이었다. 당시로써는 과학적인 일이었고 요즘으로 말하면 자율주행 자동차의 초기단계를 보는 것 같았다. 동시에 같은 청사 내에서 바로 옆 과에 팩스로 문서를 보내는 것을 보고 당황스럽기도 하였지만 참 귀찮은 스타일의 직원이라는 생각을 한 기억이 난다.

 

이 팩스에도 물론 기록지가 있기는 한데 실제로는 문서의 내용까지 확인되는 것은 아니고 우리 편 몇 번 전화번호를 타고 상대방에게 몇 시에 도착하였다는 정도의 증거만 남는 초기적인 인증시스템이다. 그래서 통상은 팩스를 보내고 받았는가를 전화해서 확인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처럼 장황하게 팩스에 대한 사전 설명을 하는 이유가 있다.

 

개인 일로 신청한 일이 다른 업무와 중첩되면서 잠시 유보를 해야 할 상황이므로 그 내용을 적은 신청서를 팩스로 보냈다. 그리고 3일이 지났다. 혼자 상상했다. 아마도 그 기관의 팩스기에 이곳저곳에서 보내는 홍보전단지 등에 나의 서류가 섞이면서 이면지 함으로 직행하는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그래서 이번에는 원본을 다시 뽑아서 빠른 등기우편으로 보냈다. 등기우편료 2천460원을 카드로 계산했다. 출장 가는 길에 내비게이션으로 우체국을 찾아내어 차를 세우고 들어가 발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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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다음날 참으로 고맙지만 떨떠름한 전화를 받았다. 귀하의 신청서는 팩스가 도착하여 접수하였고 결재를 통해 처리 완료되었다는 내용이다. 오늘 받은 등기우편물에는 핸드폰 번호 등 개인정보가 있으니 반송할까 폐기해도 좋은가를 물었다. 갑자기 500원 벌금 내라고 2천 원짜리 등기우편을 보냈다는 이야기가 떠오른다.

 

동시에 스마트폰 문자는 1건당 얼마인가 궁금하다. 핸드폰 요금방식에는 돈 안 내는 문자 기본 건수가 있다고도 한다. 1980년대처럼 다이얼 0번에 작은 자물통을 채우고 시외전화 통화를 위해 장부에 올리는 시대는 지났다. 사무실 공공요금 절감을 위해 총무팀이 점검을 하는 시대도 아니다.

 

이런저런 업무를 하면서 창구근무자와 실무자들의 작은 배려가 큰 도움을 줄 수 있구나 생각했다. 他山之石(타산지석). 오늘도 배우고 스스로 깊이 있게 반성하며 살아가자.

 

이강석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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