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2018시즌 3월은 강백호의 달이었다. 프로데뷔전 첫 타석에서 홈런을 쳤다. 매 경기 무서운 장타력을 뽐냈다. 개막전 이후 10경기를 모두 출장했다. 그랬던 그가 11번째 경기에 선발에서 제외됐다. 더구나 꼭 이겨야 할 넥센전이었다. 모두 예상 못한 결정이었다. 김진욱 KT 감독은 한 번 쉴 타이밍이라고 설명했다. 기자들이 강백호에게 물었다. ‘선발에서 제외된 소감이 어떤가’. 답변이 담담하면서 간단했다. “벤치에서 응원하다가 교체 출장을 준비하겠습니다.” ▶개막 이후 15경기에서 5홈런을 쳤다. 타율도 3할대를 유지했다. 그러나 이후 28경기에서 홈런이 없었다. 타율은 2할 중반까지 떨어졌다. ‘슈퍼 루키’라던 수식어가 ‘위기의 남자’로 바뀌었다. 맘고생도 어지간했을 법하다. 슬럼프 탈출은 5월20일 경기였다. 6타수 5안타 4타점을 기록했다. 팀도 18대 3으로 대승했다. 그동안 부진에 대한 소감을 기자들이 물었다. 답변이 솔직하면서 투박했다. “생각 없이 스윙하던 애가 생각 있는 척하다가 자멸할 뻔했습니다.” ▶최근 그의 자리는 1번 타자다. 성적이 꽤 좋다. 27일에도 빛났다. LG와의 경기의 1번 타자였다. 1회 말 첫 타석에서 첫 공을 때렸다. 왼쪽 담장을 넘어가는 138m짜리 홈런이 됐다. 1번 타자, 첫 타석, 첫 공 홈런은 흔치 않다. 우리 프로 야구사에도 49번밖에 없다. 이 홈런을 신호탄으로 KT는 8대7 대역전극을 만들었다. 기자들이 1번 타자의 의미를 물었다. 답변이 당연하면서 뻔했다. “모르겠습니다. 타석에 가장 먼저 들어가서 공격하는 거라 생각합니다.” ▶스포츠 스타들의 인터뷰는 공통점이 있다. 한없이 겸손하고, 적당히 멋지고, 지극히 상식적인 답을 한다. 그러다 보니 묻는 기자도 선수의 답변을 대충 짐작한다. 하지만, 강백호는 다르다. 생각대로 말하고, 꾸밈없이 말하고, 느낌대로 말한다. 이상하면서 재미있게 들리는 게 그래서다. 선배 야구인들이 한결같이 말한다. “신인 선수 같지 않다.” 어쩌면 이게 요사이 19살짜리들의 언어일 수도 있다. 꾸미지 않고, 생각대로 말하는 이 시대 젊음 말이다.
김종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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