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학교로 진학하게 된 동기는 인천 형무소에서 옥살이 했던 항일투사인 김대수 외사촌형 덕분이다. 일본인의 간섭하에 있는 공립학교에 가는 것 보다 사립학교에 가는 편이 낫다고 아버지께 말씀드려서…’
<정재근 최수자 살아온 이야기>의 한 구절이다.
이 책은 1922년에 태어난 정재근 씨와 1928년에 태어난 최수자 씨의 일생을 담은 자서전이다. 정재근와 최수자 씨의 아들 정창섭 전 행안부 1차관이 쓴 책이다.
2년여에 걸쳐 완성된 책 속에는 아버지 정재근 씨가 일제 말의 탄압 속에서 민족학교인 중동학교를 다녔던 이야기부터 졸업 후 어머니 최수자 씨를 만나 결혼한 과정, 해방 후 사회 혼란기 속에 직업이 없어 힘들었던 때, 6ㆍ25 전쟁으로 황해도 연백에서 피난 내여온 던 시절, 세무공무원 시험 합격으로 서울에 입경해 느꼈던 벅찬 감정 등이 담겨 있다.
옛 사진첩을 뒤지고, 아버지와 같은 중동학교 출신을 통해 얻은 사진들도 수록했다.
투박하지만 진솔한 문체를 따라 읽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한 개인의 일대기라기 보다 당시 사회의 면면을 보여주는 우리 민족의 역사서 같기도 하다.
대한민국 역사의 굴절과 고난, 성장가 위기의 세월 속에서 한 가정을 일구고 여섯 남매를 키워내기까지의 희생과 헌신, 사랑을 고스란히 담아 냈다.
정 전 차관은 책의 말미에 “100세가 다 되어 가는 부모님이 추억을 소환해 이야기 하실 때가 가장 행복해 보이셨다”면서 “이 책은 부모님의 추억을 불러내 이야기 장을 만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생애 주기 별로 주제를 잡아 이야기를 구성했다“며 “이 자서전이 부모님의 삶을 위로해 주고, 마르지 않는 행복의 샘터가 되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송시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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