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한국 전쟁(戰爭)

김동수 지역사회부장 dskim@kyeonggi.com
기자페이지

최근에 방 한 칸을 점하고 있던 책장을 정리한 기억이 있다. 빼곡히 꽂힌 책은 주로 대학 때 공부했던 전공서적. 버리기 아까워 오랜 기간 책장 속에 묻어 두었다. 깊숙이 꽂힌 책을 하나 둘 들춰내자 케케묵은 냄새와 함께 먼지까지 날렸다. 참 시간도 많이 흘렀다는 생각이 스쳤다. 그러던 중 눈에 띈 책 두 권이 있었다. 한 권은 E.H.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다.

새내기 대학시절 참으로 많이 읊조렸던 구절이다. 나머지 한 권은 부르스 커밍스의 ‘한국전쟁’이란 책자였다. 허름한 책자를 집어들고 페이지를 넘기자 밑줄 쳐 읽어갔던 기억이 새삼 떠올랐다. 지금은 페이지마다 빛이 바래 읽기조차 어렵게 됐지만 말이다.

 

남북간 평화무드가 한국사회의 최대 화두다. 비단 우리뿐 아니다.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까지 한반도 정세를 둘러싸고 주도권 싸움이 치열하다. 과거 구한말 세계열강들의 침략 상을 보는 듯한 착각마저 불러오고 있다. 그 중심은 물론 한반도다.

 

‘종전(終戰)’, 얼마나 바랬던가.

한국전쟁의 상처는 아직도 아물지 않았다. 영원히 치유할 수 없는 상처일지도 모른다. 그 폐해가 실로 참혹했기 때문이다.

 

각종 통계 자료를 보자. 한국전쟁에서 미국이 투하한 폭탄은 무려 63만5천t 규모. 제2차 세계대전 태평양 전쟁구역 전체 투하 분량 50만3천t을 넘어선다. 이 기간 중 남쪽 민간인 사망자수 37만여 명, 군인 사망자 13만여 명. 여기에 실종자 및 부상자수까지 합하면 160만여 명이 피해를 입었다. 북쪽은 더 심하다. 민간인 사망자 40만여 명, 군인 사망 52만여 명 등 무려 350만여 명이 전쟁 피해 당사자다. 게다가 UN군 사망자수 3만여 명, 중국군 사망자수 11만여 명 등 실로 참혹했던 한국전쟁이다.

 

산업, 사회적 피해도 막대하다. 남쪽은 일반공업시설 40%, 주택 16%가 파괴됐다. 북쪽은 전력 74%, 연료 공업 89%, 야금업 90%, 화학공업 70%가 피해를 입었다. 전쟁이 낸 이산가족수는 무려 1천여만명에 이른다. 그런 한국전쟁이 이제 종지부를 찍는단다.

 

종전선언의 실현 여부는 조만간 판가름 날 듯하다. 설령 지금 그 뜻을 이루지 못해도 9부 능선을 넘어선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이제는 종전을 넘어 통일이다. 평양과 백두산, 금강산을 자유롭게 오가는 그날이 기대된다.

 

김동수 지역사회부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