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천만명을 넘어섰다. 1인 가구의 증가, 출산율 하락과 고령화 등 다양한 사회적 영향으로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정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반려동물 보유 가구는 전체 가구의 28.1%로 약 593만 가구에 달한다. 네 가구당 한 집 꼴이다. 그러면서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동물’에서 ‘가족’으로 바뀌고, 반려동물 관련 정책이나 복지에 민감한 사람들도 많아졌다.
이를 의식한 듯 6·13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반려동물 공약’을 쏟아냈다. 반려동물 테마파크나 놀이터 조성부터 반려견 문화·복지센터 건립, 반려동물 관련 기업 유치, 동물보호교육 실시 등의 공약으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1천만인에 표를 호소하고 있다.
반려동물 가구가 가장 많은 경기도 역시 공약 전쟁이 치열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경기지사 후보는 ‘동물과 공존하는 경기’를 만들겠다며 6가지 반려동물 공약을 내놨다. 이 후보는 먼저 반려동물이 목줄 없이 뛰어놀 수 있는 놀이터를 확충하고 ‘경기도형 페티켓’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또 길고양이 수가 번식으로 지나치게 늘어 민원이나 혐오 범죄가 증가함에 따라 중성화수술(TNR) 지원도 공약했다. 반려동물을 사지 않고 입양하는 문화 확대, 승인기간 단축 등 반려동물 등록제 실효성 강화 등도 약속했다.
남경필 자유한국당 경기지사 후보도 경기지사 시절부터 이어온 동물복지 정책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남 후보는 반려동물종합센터 건립, 반려동물테마파크 조성, 동물 약품·백신 연구개발센터 등 지역발전 선도 혁신클러스터 육성·지원 등을 공약했다. 유기견 입양비 지원 확대, 불법 강아지 공장 집중 단속 등도 약속했다.
기초단체장의 경우 민주당 정장선 평택시장 후보, 자유한국당 정찬민 용인시장 후보, 이필운 안양시장 후보 등도 반려동물 놀이터 조성 등을 공약으로 내놨다. 경기지사ㆍ서울시장 후보를 비롯해 전국의 광역ㆍ기초단체장, 교육감 후보까지 많은 후보들이 반려동물 공약을 내놓자 반려인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반려동물이 맘놓고 놀 수 있는 공간이나 의료관련 복지 등이 필요하다며 긍정적이다.
최근 동물자유연대가 실시한 ‘동물정책 수요조사’에 따르면 시민들은 반려동물 정책과 관련해 ‘불법 개농장에 대한 단속ㆍ관리 미흡’(90.1%), ‘불필요한 생체해부실습’(88%), ‘공장식 축산 환경’(83.5%) 등에 문제의식을 보였다. 반면 지방선거 후보자들은 반려견 놀이터나 테마파크 등 편의시설 건립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동물복지 전반에 걸친 문제 해결을 중요시하는 반려인들을 보며, 후보자들보다 한발 더 앞서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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