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선거법은 선거가 공정하게 행해지도록 하고 선거에서의 부정을 방지하기 위한 법률이다. 이 법의 최대 업적은 돈 쓰는 선거를 없애고 공무원의 선거 개입을 막았다는 데 있다.
모든 법이 다 그렇듯이 현실에 맞게 법을 개정해 법 제정 취지를 지키면서 운용의 묘를 살려야 법의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다. 이번 지방선거를 보면서 이제 공직선거법이 시대의 급격한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최근 이재명 경기도지사 후보의 욕설, 고소, 여배우 스캔들 의혹이 국민적 이슈로 떠올랐다. 이번 사건을 통해 국민의 알 권리와 개인의 명예훼손 간의 간극을 공직선거법은 보다 현실성 있게 바라보아야 한다.
지금 유권자들이 가장 관심 있는 부분은 후보의 자질과 도덕성이다. 후보의 여성폭력, 정신질환, 자녀학대 등 유권자가 꼭 알아야 할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개인의 사생활이란 이유로 언론보도나 전파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면 결국 피해는 지역 주민에게 돌아가게 된다.
공직 후보는 일반인보다 훨씬 무거운 도덕적 기준이 요구된다.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이 의사처방 치료약을 먹고 상담을 받는 것은 하등 이상할 이유가 없다. 감기 걸린 사람이 약 먹고 링거 맞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이 사람이 공직 후보로 나섰을 때는 문제가 다르다. 고도의 정책적 판단과 리더십이 요구되는 공직자로서는 큰 흠결이 되기 때문이다. 미국 대통령도 수시로 건강검진 결과를 국민에게 공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 공직선거법은 허위의 사실을 유포한 자에 대해 중하게 처벌하지만, 후보자의 자질을 검증하는 대목에 대해선 침묵하고 있다. 유권자들의 수준을 너무 낮게 보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유권자들은 가짜뉴스나 비방을 목적으로 하는 허위사실 유포를 구별 못 할 만큼 어리석지 않다. 구체적 병상기록이나 검증받은 녹취록 등이 존재해도 밝히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재명 후보의 의혹 쟁점은 팩트와 당사자의 증언이다. 판단은 결국 유권자가 한다.
공직선거법 제정의 취지는 이미 충분히 달성됐다. 법의 개정방향을 큰 틀에서 제시하자면 첫째, 규제와 단속도 중요하지만, 후보자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내용을 포함해야 한다. 둘째로, 새로운 미디어 수준에 걸맞은 선거 홍보방식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형법의 명예훼손죄에 상충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비방이 목적인지 아니면 후보검증이 목적인지를 구분하는 조항을 삽입해야 한다.
선거는 제대로 된 후보를 뽑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후보들이 검증의 칼날에서 피해갈 수 없는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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