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한국수력원자력은 긴급이사회를 열어 월성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 폐쇄와 신규 원전 4기 사업 백지화를 의결했다. 한수원은 후쿠시마 사고 및 경주 지진에 따른 강화된 규제환경과 최근 운영 실정 등을 감안해 결정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6월 고리 1호기 영구정지를 선언한 1주년에 맞춰 정부의 탈(脫)원전 의지를 천명한 셈이다. 지난해 10월 들어보지도 못한 주민 공론화위원회까지 만들었으나 결과는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였다. 권고한 지 8개월 만에 정부의 탈원전 로드맵대로 가고 있다.
대통령의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 대선 공약에 반대할 국민은 없다. 하지만 현실이 따라주지 않으니 문제다. 원전 대체물인 태양광, 풍력, 지열 등 소위 ‘신재생에너지’의 비싼 단가, 불안정한 수급이 결코 해결책이 되지 못함을 보여줬다.
이번 한수원의 결정은 두 가지 관점에서 걱정이 앞선다. 첫째, 탈원전을 추진하더라도 사우디 등 외국의 원전 수출만은 지원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인데 이게 과연 가당키나 한 것인지 묻고 싶다.
발주처는 위험하다고 원전을 없애면서 남에게 수출하는 꼴이다. 사우디 측에선 우리 원전에 관심을 보이다가 최근 이상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우리 원전에 대한 정부의 부정적 시각이 원인이 되고 있지 않은지 밝혀야 한다.
둘째, 원전 4기 철회로 일자리 3만 개가 날아갔다는 원전산업 실태조사 보고서가 사실이라면 보통 일이 아니다. 원전 2기를 건설할 때 참여하는 대기업이 7곳이지만 중소기업은 1천993곳에 달한다고 한다. 한국전력의 영업이익도 전년보다 58.7%나 줄었다. 전력을 싸게 생산하려면 발전단가가 낮은 원전 가동률을 높여야 하는데 가동률이 올해 1분기에 50%대에 머물고 있으니 당연한 결과다.
정부는 에너지 전환계획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고 하나 그 말을 믿을 국민은 없다. 시간문제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각국에서는 원전 축소를 결정했으나 차츰 변하고 있다. 일본은 2030년까지 원전 비중 20% 이상 유지방침을 밝혔고 미국과 프랑스도 원전 폐쇄·축소 방침을 사실상 중단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신재생에너지는 출력이 불안정해 원전을 대체할 수 없다”고 선언하고 “보다 안전한 원전건설에 집중하는 것이 답”이라고 했다. 우리의 원전 비중은 27%이고 프랑스는 72%다. 이념도 좋고 신념도 좋지만 주어진 여건 속에서 해법을 찾는 것이 최선이다. 원전의 경제성과 기술 수출 가능성을 살려야 한다.
탈원전은 공짜가 아니다. 전문 분야라고 국민의 관심이 소홀한 틈을 타 에너지 백년대계를 함부로 다뤄서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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