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붉은 불개미의 침입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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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는 아주 작고 약한 미물이다. 그러나 개미에 관한 속담을 보면, 미물로 봐선 안될 것 같다. 작은 사람이 큰 일을 할 때 ‘개미가 절구통을 물고 나간다’고 하고, 부지런하고 저축을 잘 할 때 ‘개미 금탑 모으듯 한다’고 한다. 설화로는 ‘개미와 베짱이’가 유명하다. 여름철 땀 흘리며 부지런히 일해 먹을 걸 저축한 개미가 노래만 부르고 일을 하지 않은 베짱이에게 양식을 꾸어주고 훈계한다는 내용이다. 홍수에 떠내려가는 개미에게 나뭇잎을 떨구어 구해준 비둘기가 뒷날 포수의 총에 맞게 되는데, 개미가 포수의 다리를 물어 비둘기를 구출했다는 ‘개미와 비둘기’도 있다. 속담과 설화 속 개미는, 부지런하고 일 열심히 하고 의리있는 곤충이다. 개미는 전 세계에 5천여 종 분포한다. 개미는 사람들에게 친근한 편이지만 일부는 피해를 주기도 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붉은 불개미’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적갈색을 띤 붉은 불개미는 세계자연보호연맹이 지정한 세계 100대 악성 침입외래종에 속한다. 꼬리 부분의 날카로운 침에 찔릴 경우 강한 독성물질이 있어 통증과 가려움증을 동반한다. 심할 경우 현기증과 호흡곤란 등의 과민성 쇼크를 일으켜 사망할 수도 있다. 북미에서는 ‘살인개미’로 불린다.

붉은 불개미는 남미에 서식했으나 북미, 호주, 중국, 동남아, 일본, 한국 등으로 퍼졌다. 홍수나 가뭄에도 살아남을 수 있을 정도로 생존력과 환경 적응력이 뛰어나고 번식력이 강해 박멸이 쉽지 않다. 농작물 피해와 생태계 교란을 일으켜 환경부가 지난해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했다.

이 붉은 불개미가 국내에 처음 모습을 보인건 지난해 9월 부산항 감만부두에서다. 1천여 마리가 발견돼 소동을 일으켰다. 이후 올해 2월 인천항 보세창고, 5월 부산항 허치슨부두, 이달 18일 평택항 컨테이너부두, 2021일 허치슨 부두 등에서 연이어 발견됐다. 특히 20일 허치슨 부두에선 개미집 11개, 공주개미(여왕개미가 되기 전 미수정 암개미) 11마리를 비롯해 일개미 3천여 마리와 알 150여 개가 대거 발견됐다. 붉은 불개미가 생식과 번식을 위한 ‘결혼 비행’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것인데 다행이다. 성공했다면 엄청 번식했을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개미가 섞여 들어올 가능성이 큰 코코넛껍질과 나왕각재 등 32개 품목에 대해 수입 컨테이너를 열어 검사하는 등 검역 절차를 강화키로 했다. 또 항만 바닥 틈새를 메우고 잡초를 제거하는 등 개미 서식 환경도 없애기로 했다. 의왕 등 내륙 컨테이너기지의 소독도 한다. 붉은 불개미의 추가 유입과 국내 토착화를 어떻게든 막아내야 한다. 붉은 불개미와의 전쟁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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