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19일자 사설에서 주 52시간 근로제의 문제점과 단속 유예기간을 두어야 한다는 내용의 제안을 하루 만에 정부가 받아들인 것은 다행한 일이다. 20일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결정됐다.
7월 실시되는 ‘주 52시간 근로제’와 관련해 연말까지 사업주 형사처벌을 유예하는 계도기간을 두기로 한 것이다. 불과 시행 열흘을 앞두고 정부가 책임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이번 유예조치와 관련해 전면 재검토를 주장하는 측과 처벌유예이지 시행유예가 아니라는 측이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어 국론분열까지 예상된다.
냉정하게 말하면 정부는 이 제도를 폐기할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다. 법도 통과된 마당에 충격 최소화와 연착륙을 위한 일시적 유예조치이다. 폐기와 존속으로 싸우는 것보다 합리적 타협안을 찾는 게 옳다.
정부는 유예기간 동안 제도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기업들의 애로를 경청해 부작용을 줄일 대책을 마련하고 기업도 제도의 근본취지를 공감하고 시대의 흐름에 동참해야 한다.
선진국에서 현재 시행하고 있는 탄력근로시간제의 기간 연장, 선택적 근로시간제, 근로시간 저축제도 등을 우리 현실에 맞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독일과 영국은 하루 평균 근로시간이 일정 시간을 넘지 않는 선에서 노사가 근로시간을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 프랑스는 특정 계절이나 시기에 일이 몰리면 당국의 승인을 받아 근무시간 한도를 아예 없애기도 한다. 미국과 홍콩은 근로시간 제한을 법에서 규정하지 않고 있다. 세부적인 보완책도 없이 덜컥 근로시간만 줄이겠다고 하니 이런 사태가 온 것이다.
다행인 것은 지방선거 압승 이후 독선적인 정책 드라이브가 예상됐지만 현장의 소리를 반영한 일이다. 남은 6개월 동안 다음 기조에 역점을 두고 실천한다면 모두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첫째, 정부는 당장 산업현장 목소리를 듣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 해답은 현장에 있다. 둘째,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새로운 근로시간 개념의 도입이다. 현행 근로시간 제도는 공장형 노동과정을 전제로 하고 있다. 업무의 성취나 질로 생산성을 판단하는 정보통신 등 직무가 늘고 있다. 셋째, 개정 근로기준법은 선언적인 법으로 끝나야지 사업주를 옥죄고 독단적인 노동정책을 시현하는 수단이 돼선 안 된다. 근로자를 위한다는 법이 근로자를 실직과 임금 인하로 내몰아서야 되겠는가.
지금 버스기사들 이직 움직임으로 ‘버스 대란’의 조짐이 보이고 산업계 각 분야별로 전전긍긍하는 현실을 정부가 모를 리 없다. 원칙은 주 52시간 근무다. 운용은 그 틀 안에서 탄력적으로 해야 한다.
이런 내용들을 법과 세부지침에 반영해 6개월 후면 노사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해법을 찾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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