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이철성 빵집?

이철성 빵집? 이철성 식당? 이철성 경찰청장이 퇴임한다. 마지막으로 기자 간담회를 가졌다. 퇴임 후 계획을 묻는 질문이 나왔다. “특별히 계획이 없다… 퇴직한 선배들이 인생 좀 생각해보라고 하는데, 내가 살아온 게 특별히 계획 세우고 뭐가 되겠다고 산 적은 없다… 이제 좀 쉬고 싶다.” 그러면서 더한 말이 있는데, 이게 재미있다. 제빵과 요리를 배울 예정이라고 했다. “요리는 웬만큼 하는데 더 배워보고 싶다.” ▶그가 말하는 ‘요리’는 왠지 달리 들린다. 그는 1974년 수원 유신고등학교에 입학했다. 다음해인 1975년 자퇴했다. 그때 모친이 수원 지동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했다. 5남매를 키우기에 벅찼다. 지동은 당시 수원의 대표적 달동네였다. 열일곱 소년은 돈을 벌어야 했다. 간 곳이 종이 파이프 공장이다. 이철성은 그렇게 ‘지동의 가난한 식당 아들’이었다. 그가 43년 뒤 청장을 퇴임하며 ‘요리’를 얘기했다. 여운이 남는다. ▶“계획을 세우고 뭐가 되겠다고 산 적은 없다”는 말도 주목된다. 그는 노력파다. 검정고시로 고등학교 졸업자격을 취득했다. 순경으로 시작해 주경야독으로 간부가 됐다. 하지만, 그의 노력을 따라준 ‘운(運)’도 상당했다. TK가 대세였던 박근혜 정부에서 경찰청장이 됐다. 검찰총장, 국세청장, 전임 경찰청장까지 TK였다. 이른바 ‘역 지역 안배’ 케이스였다. 앞선 두 명의 경찰대 출신도 비(非) 경찰대인 그에겐 운이었다. ▶20대 국회에는 모두 8명의 경찰 출신 국회의원이 있다. 공교롭게 경기도와 연을 맺었던 경찰 출신들이 유독 많다. 이만희(새누리ㆍ경북 영천청도), 윤재옥(새누리ㆍ대구 달서구을), 이철규(무소속ㆍ강원 동해삼척)의원이 모두 경기경찰청장 출신이다. 표창원(민주ㆍ용인정)의원은 용인시에 소재한 경찰대 부교수 출신이다. 고향이 경기도인 의원은 없다. 그런데도 경기도 경찰은 국회의원을 배출하는 산실이 됐다. ▶이철성 청장이 취임은 모교의 자랑이었다. 유신고 동문들이 크게 기뻐하며 추억을 증언했었다. 그때 그런 얘기가 있었다. ‘유신 출신 예비 정치인 한 명 추가’. 누구는 ‘이철성 시장’이라고 했고, 누구는 ‘이철성 의원’이라고 했다. 이제 이 청장이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다. 향후 계획이 동문들의 기대(?)와 다르다. ‘제빵과 요리를 배워보렵니다.’ 하기야 “뭐가 되겠다고 계획 세운 적이 없다”고 했으니 2년쯤은 지켜봐야 할 듯하기도 하고…. 어쨌든 이렇게 경기출신 경찰청장 시대가 끝났다.

김종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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