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도 넘은 장현수 악플

최원재 문화부장 chwj7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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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대표팀과 멕시코의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이 치러진 지난 2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장현수 선수를 비난하는 글이 쇄도했다. 한국대표팀의 리베로 역할을 하는 장현수가 태클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공이 손에 닿았고 주심은 핸드볼 파울로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결국 한국대표팀은 멕시코에 선취점을 내줬다. 이후 장현수는 상대 공격수의 결정적 기회 때 태클을 시도했고 최종 수비수가 무너진 한국대표팀은 추가 실점을 기록했다. 손흥민이 만회골을 기록했지만 1대2로 멕시코에 무릎을 꿇었다. 

한국대표팀이 스웨덴전에 이어 멕시코전에서도 패배하면서 2패로 조별리그 탈락의 위기에 내몰리자 비난의 화살이 장현수에게 돌아갔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장현수 슬라이딩해서 한국까지 오게 해주세요’, ‘장현수 선수의 국가대표 국외로 추방하라’, ‘곤장으로 볼기를 치는 태형을 건의한다’, ‘장현수 선수의 국가 대표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는 글까지 올라왔다. 또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장현수 대표팀 선발 금지 특별법 발의’, ‘장현수 입국 금지’ 청원글을 넘어서 ‘장현수와 그 가족을 추방해달라’ 등 장현수에 뿐만 아니라 가족에 대한 비난까지 올라와 있다. 

장현수를 비롯한 대표팀을 향한 비난이 도를 넘고 있는 것이다. 국가대표선수나 대표팀은 본인 또는 팀이 최고의 기량을 국민들에게 보여줄 책임이 있다. 해당 선수가 그만한 기량을 선보이지 못하거나 성적을 내지 못할 경우 당연히 비난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욕구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어처구니없는 비난의 글을 통해 해당 선수를 고통받게 하여서는 안 된다. 

이미 장현수는 페널티킥으로 골을 허용했을 때 엄청난 충격과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아프고 넘어져 있는 사람을 발로 차는 것은 정말 비겁한 것 아닌가. 특히 해당 선수의 가족과 지인들에게 상처 주는 무분별한 악플은 삼가자. 국민의 관심과 경제적 투자 대비 성적이 저조한 분야 증 하나가 축구인 것은 분명하다. 저조한 국가대표팀 성적의 책임을 장현수에게 돌리면 안 된다. 지금은 그를 감싸고 보듬어야 할 때다.

최원재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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