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스마트키와 無頭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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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쇠는 영어로 Key라 불리는데 묵직한 쇳덩어리 자물통을 열어주는 기능을 하며 과거 어르신들은 창고나 곳간을 잠근 후 키를 허리춤에 매달아 권위의 상징으로 여겼다. 어르신들은 이를 ‘쇳대’라고 불렀다.

 

조직의 중요한 인물을 Key Man이라 부르고 글의 중요 단어를 Key Word라 한다. 요즘 새 차의 열쇠는 과거 디지털형 쇠키가 아니라 그냥 동그란 IT덩어리이다. 이 스마트키는 4차 산업의 시대에 걸맞게 디자인되었으며 주머니나 가방 등에 지니기만 하고도 시동을 걸 수 있는 무선 기능을 갖추고 있다. 동시에 차문을 열고 8초간 서서 기다리면 자동으로 차 트렁크를 열어주기도 한다.

 

20년 전까지도 사람들은 자동차 키를 손에 들고 다녔다. 자동차 차주임을 자랑하기 위함이다. 여사님들도 핸드폰과 함께 반드시 차키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대화를 하고 차를 마셨다. 자동차는 부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자동차 스마트키를 자랑하지 않는다. 그냥 주머니 속에 있는 것으로 그 기능을 다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차가 없는 것을 자랑(?)하는 시대가 되었다. 편하게 술 한잔 하고 택시 타고 집에 가는 것이 새로운 로망이 되는 시대다.

 

1990년대 공직사회에 ‘무두일’이라는 말이 있었다. 무두일은 한자로 ‘無頭日’이다. 8급 공무원시절 처음 듣고 ‘무드(mood)일’인줄 알았다. 일단 일찍 퇴근한다는 의미로 이해했기에 가족들과 편안하게 지내는 ‘가정의 날’로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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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眞意는 ‘부서장 부재일’, 즉 과장님이 출장이나 교육으로 사무실을 비우신 날이었다. 관리자가 없으니 정시에 퇴근해서 술 한잔 하는 날이라 했다. 그래서 사무관 5명이 먼저 나가시면 주사 7명이 퇴근하고 7급 8명은 책상 정리하면 8급 혼자서 사무실 상황요원이 되었던 가슴 아픈 추억이 떠오른다.

 

단기적으로는 과장님의 장기 공석으로 계장님 대결을 받으면서 일주일 정도는 편하고 빠르게 일처리를 했다. 하지만 2주차까지 과장님 부재가 이어지면 부서 전체가 나갈 방향을 잡지 못함을 느꼈다.

 

그래서 어느 조직이나 가정이나 국가나 모든 단체는 미래 지향적인 리더십이 필요하고, 특히 도청, 시청, 군청 공직 부서 課長과 읍면동장은 별로 하는 일 없어 보이는 요즘 유행하는 스마트키가 아니라 무선으로 바쁘게 일하는 관리자, CEO임을 새삼 알게 되었음을 이제야 고백하는 바이다.

 

이강석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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