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창업자(인수자)는 故 조중훈이다. 서울 출신으로 휘문고등학교를 졸업했다. 1969년 대한항공공사를 인수했다. 5ㆍ16 군부 세력이 서슬 퍼렇던 시절이었다. 권력의 배려 없이는 공사(公私) 인수가 설명 안 된다. 아시아나 항공의 모체 금호그룹 창업자는 故 박인천이다. 전남 나주 출신으로 나주 공립보통학교를 졸업했다. 3남이 현재 금호아시아나 그룹 회장 박삼구다. 두 항공사의 배경을 영남과 호남으로 나누는 출발 조건이다. ▶물론 아시아나 항공의 출현을 보면 얘기는 좀 달라진다. 전두환 정권 시절이던 1988년에 제2 민간항공이 됐다. 사업권 허가를 받은 날이 1988년 2월 23일로, 전두환 전 대통령의 퇴임 하루 전이다. 2007년에는 이른바 ‘전두환 공짜 비행기표’ 논란이 일었다. 77회 생일을 앞두고 미국으로 출국한 전 전 대통령 일행에 아시아나 측이 왕복 티켓을 제공한 사실이 알려졌다. 군사 정권과의 연을 따지면 아시아나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정작 두 항공사에 정치적 색깔을 입힌 건 대통령 전용기 역사다. 영남 출신 노태우ㆍ김영삼 대통령이 대한항공 전용기를 썼다. 호남 김대중 대통령은 아시아나 항공으로 바꾸었다. 영남 출신ㆍ호남 지지 노무현 대통령은 두 항공사를 교대로 이용했다. 영남 출신 이명박 대통령이 대한항공과 5년 계약을 맺었다. 이어진 영남 출신 박근혜 대통령은 대한항공과의 이 계약을 2020년까지 연장했다. 대통령과 항공사의 묘한 역사다. ▶문재인 정부 들어 조현아 물벼락 사건이 터졌다. 경찰 수사, 국세청 조사, 관세청 수사가 파상적으로 이어졌다. 어머니 이명희씨의 욕설 파문도 터졌다. 연거푸 두 번이나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급기야 사정 칼날은 조양호 회장에까지 향했다. ‘있는 자’의 갑질에 대한 여론의 분노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아시아나 키워주기’라는 지적도 나왔다. 조씨 일가의 혐의가 구속영장을 청구하기에는 과하다는 분석 때문이었다. ▶이런 때, 아시아나 항공의 대형 악재가 터졌다. 협력사와의 문제로 기내식이 공급되지 않았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협력사 대표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어 재계약 과정에서 무리한 투자 압박이 있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살인 갑질, 조사 요구합니다’라는 청원이 등장했다. 대한항공의 업체 관계자 물벼락, 사모님 기사 막말 등에 결코 가볍지 않은 사안이다. ▶일부 여론이 빈정댄다. ‘정부가 봐주려던 아시아나가 사고를 쳤다’. 정부로서는 그대로 둘 수 없는 일이다. 사실이 아님을 입증해야 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대한항공과 똑같은 강도로 수사하면 된다. 사무실 압수하고, 총수 집 뒤져야 한다. 회사 돈 횡령, 총수 일가 비자금, 총수 가족 외국 계좌 등을 다 조사해야 한다. 혐의자가 드러날 때 구속영장 청구는 기본이다.
김종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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