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최대 축제인 ‘꿈의 구연(球宴)’ 월드컵은 4년마다 지구촌 사람들을 한 달간 뜨거운 축구의 열기로 몰아넣는다. 6월15일 개막한 2018 러시아 월드컵도 치열했던 조별리그를 거쳐 8강 진출팀이 모두 가려진 가운데 종착역인 마지막 우승 경쟁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수많은 스포츠 종목 가운데 단일 종목으로 지구촌을 열광시키는 종목은 축구 밖에 없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월드컵에 비견되지만 세계 모든 나라 국민들로부터 인기를 누리는 축구만은 못하다.
▶월드컵이 세계인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이유는 축구가 지구촌 모든 국가의 사랑을 받고 있고, 국력의 강ㆍ약을 떠나 오히려 경제ㆍ군사적 약소국이 강대국을 꺾을 수 있는 종목이기 때문이다. 또한 월드컵 본선무대에는 32개국 만이 출전하지만, 대륙별 예선에는 211개 국제축구연맹(FIFA) 회원국 모두가 참여하는 사실상 모든 국가의 축제다. 여기에 월드컵은 각본 없이 치러지는 스펙터클한 드라마이자 거대한 블록버스터로 월드컵 기간동안 출전국 국민들을 축구공 하나로 응집시키는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다.
▶월드컵은 ‘축제’와 ‘전쟁’의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선수와 코칭스태프에게는 반드시 승리만이 필요한 ‘전쟁’이지만, 경기를 지켜보는 관중과 TV를 통해 지켜보는 연인원 600억여 명의 지구촌 사람들에게는 승패도 중요하지만 대리만족과 이를 통해 감동과 희열을 느끼는 ‘축제’인 것이다. 월드컵 대회기간 경기장 및 주변 도시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축제가 펼쳐진다. 특히, 역대 최다 출전국(20회)이자 최다 우승국(5회)인 브라질이 경기를 하는 곳에는 항상 삼바리듬에 맞춘 흥겨운 축제의 장이 마련된다.
▶우리나라 역시 이번 월드컵에서 태극전사들은 사상 두 번째 원정 16강 진출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죽음의 F조’에서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결국 1승 2패로 목표했던 16강 진출의 꿈을 이루진 못했지만,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서 ‘거함’ 독일을 2-0으로 꺾음으로써 국민들은 축제를 만끽할 수 있었다. 그러나 축제의 끝에 태극전사들에 대한 ‘공항 계란 투척사건’이 찬물을 끼얹었다. 축제는 도외시한 채 전쟁의 결과에만 몰입한 사람들의 행동 때문으로 9회 연속 본선 무대에 오른 아시아 유일 국가 축구팬으로서의 성숙된 모습이 아쉬운 대목이다.
황선학 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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