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맙소사, 누가 저 학생에게 죽음을 가르쳐 주었나

강현숙 사회부 차장 mom1209@kyeonggi.com
기자페이지

“미래 우리 아이들의 입에서 죽고 싶다는 말이 안 나오게 해주세요”

재선에 성공한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지난 2일 광명 운산고교를 방문했을 때 한 학생이 남긴 메모다. 여고생은 26자에 불과한 짧은 문장 속에서 ‘죽음’을 이야기 하고 있었다. 맙소사, 누가 저 학생에게 저런 말을 가르쳐 주었을까.

 

▶이재정 교육감과 운산고 학생들이 교육정책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것으로 취임식을 대신한 그 시간, 도내 한 지역에선 2005년생의 한 여중생이 투신 자살했다. 또 5일에도 고3 수험생이 죽었다. 기자는 꽃다운 나이에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학생의 자살 기사를 쓰지 않았다. 아니 쓸 수 없었다. 최근 우리나라 청소년 사망원인 중 1위가 자살이고 도내에서 한 여학생이 자해를 반복하다 결국 집에서 뛰어내렸다는 사실을 육하원칙에 맞춰 빨리 적을 자신이 없었다.

 

▶경기도교육청 학생 자살 사망 실태 보고에 따르면 2015년 24명, 2016년 27명의 학생이 삶의 의미를 발견하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또 2016년에 자살을 시도한 학생도 82명이 된다. 2017년도에는 더욱 심화돼 2017년 5월 기준으로 경기도 학생 자살 사망자는 17명, 자살시도자는 46명에 이른다. 이렇듯 학생 자살 사안이 전년에 비해 급격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학교 현장에선 학생 자살 위기에 대한 이해 부족 및 체계적인 예방이나 대응 절차를 갖추고 있지 못해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준비가 부족한 상태다. 경기도교육청이 목표로 하는 ‘단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책임교육’을 이루기 위해서는 위기 학생에 대한 학교의 대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가장 극단적인 위기 상황인 경기도 학생의 자살 현황을 면밀하게 파악하고 자살 위험 요인 및 현행 대응 정책에 대한 분석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우리 아이들은 계급화된 입시경쟁에서 각자 살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제는 앞만 보고 오르는 법이 아닌 실패를 이겨내고 다시 일어서는 법, 떨어지지 않는 법을 가르칠 때다. ‘자살’을 거꾸로 하면 ‘살자’가 된다. 이 언어유희가 경기도교육청과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강현숙 사회부 차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