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10일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됐다. 차기 대통령 선거는 5월 9일로 잡혔다. 이 두 달이 우리 역사에 전례 없던 ‘합법적 권력 공백기’였다. 바로 이런 때 대기업의 채용 의지를 알아본 통계가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4월 18일 발표한 자료다. 100인 이상 기업 258개를 대상으로 채용 계획을 조사했다. 채용 규모가 전년대비 6.6%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직원 1천명 이상의 대기업 신규 채용도 3.9%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에서 기업들은 ‘경기 침체와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내린 해석은 달랐다. 전년도인 2016년 기업 활동은 대체로 호황이었다. 대기업의 60%가량이 개선된 실적을 보였다. ‘경기 침체’가 아닌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것으로 봤다. ‘대통령(정부)의 압력 감소’다. 대통령의 압박이 없으니 뽑지 않겠다는 것이다. ‘여건의 불확실성’은 차기 정부에서 왕창 뽑으라 할 테니 아껴두자는 뜻이었다. ▶괜한 분석이 아니다. 근래 대기업의 신입사원 채용이 가장 늘었던 구간은 이명박 대통령 집권기다. 2008년 2월에서 2013년 2월까지 5년이 취업 호황기였다. “기업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기업 프렌들리 정책이 기업에는 더 없는 채용 압박이었다. 박근혜 정부 들어 부작용이 나타났다. 과도하게 뽑은 직원 규모에 정부 압박까지 느슨해지면서 ‘고용 절벽’이 생겼다. “기업의 채용 규모는 대통령 말에 좌우된다”는 채용시장에서는 오랜 정설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났다. 9일 인도 현지 노이다 신공장 준공식에서다. 예정에 없던 접견을 두고 말들이 많다. 적폐 청산 수장 문 대통령과 적폐 연루 피고인 이 부회장의 만남이니 그럴 만도 하다. 5분짜리 둘의 대화가 덩달아 관심을 끌었다. 문 대통령이 “한국에서도 더 많이 투자하고,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언론은 ‘일자리를 위한 대통령의 행보’라며 이날 접견에 의미를 달았다. ▶삼성은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을 늘릴 것인가. 삼성전자의 지난해 말 직원 수는 9만9천784명이다. 전년도에 비해 6천584명이 늘었다. 올해 들어서도 직원은 계속 늘었다. 현재 10만명을 넘은 것으로 알려진다. 대규모 채용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그건 ‘문 대통령ㆍ이 부회장 접견’이 없을 때의 분석이다. 대통령의 삼성에 ‘채용 확대’를 당부했다. 삼성에는 채용 확대에 대한 압력이다. 정경유착? 취준생들의 눈이 모처럼 커지고 있다.
김종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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