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이 연일 펄펄 끓는다. 낮 최고기온이 33도를 넘어서는 무더운 날씨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대구, 경주 등 일부 지역은 37도까지 올라가는 등 숨이 턱턱 막힌다.
경기지역도 15일 올해 첫 폭염(暴炎) 경보가 내려졌다. 수도권기상청은 이날 오전 11시를 기해 여주, 안성, 평택에 내려진 폭염 주의보를 폭염 경보로 격상했다. 이들 지역은 낮 최고기온이 35도 이상 오를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도내 대부분 지역도 폭염 주의보가 내려졌다.
폭염 주의보는 하루 최고 기온이 33도, 폭염 경보는 35도 이상인 날이 이틀 이상 계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발령된다. 한반도 전체가 펄펄 끓는 가운데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 주의보 내지 폭염 경보가 내려진 상태다. 국민들은 더워서 못 살겠다고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푹푹 찌는 가마솥 더위에 환자들도 속출하고 있다. 폭염에 열대야까지 기승을 부리면서 일사병, 열사병 등 온열질환자가 한 주 사이 3배 규모로 급증했다. 7월 첫째주 집계 52명이던 온열질환자는 한주 사이 145명으로 늘었다. 환자는 고령자에서 많이 나와 50세 이상 환자가 306명으로 83.6%를 차지했다. 열사병으로 숨진 사람도 3명이나 된다. 경남 김해에선 한 낮에 텃밭에서 일하던 80대 할머니가 쓰러져 숨졌는가 하면, 3살바기 어린이가 자동차 뒷차석에 방치됐다가 숨진 사례도 있다. ‘사람잡는 폭염’이다.
폭염이 기승을 부릴 땐 햇볕을 쬐는 것만으로도 인체에 해가 된다. 고령자들은 특히 정오부터 오후 5시까지 ‘위험 시간대’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물을 많이 마시며 적절한 휴식을 취하는게 좋다. 뜨거운 환경에 장시간 노출 시 두통, 어지러움, 근육경련, 피로감, 의식저하 증상이 나타나고, 방치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폭염은 소리없는 살인자다. 태풍이나 집중호우보다 더 많은 사망자를 낸다. 서울 최고 기온이 38.4도를 기록했던 1994년엔 더위로 사망한 사람이 3천384명이나 됐다. 노인과 어린이, 만성질환자에게 폭염은 치명적이다. 냉방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홀로사는 노인, 쪽방촌 사람들 등 에너지 빈곤층도 위험에 처해있다. 이들은 올 여름도 폭염과의 전쟁을 치러야 한다. 여름나기가 목숨을 건 사투일 수 있다.
폭염이 당분간 계속 기승을 부린다는 소식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해마다 반복되는 ‘일상화되는’ 폭염을 재난으로 인식하고 적극 대응해야 한다. 이웃 간에 서로 살피는 배려도 필요하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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