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슬리핑 차일드 체크(Sleeping Child Check)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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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충북 청주에서 김세림 양(당시 3세)이 자신이 다니는 어린이집 통학버스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세림 양의 아버지는 아이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강력한 법을 만들어 달라며 대통령에게 눈물의 편지를 썼다. 이후 ‘세림이법(개정 도로교통법)’이 만들어졌다.

세림이법은 어린이나 유아 통학차량에 운전자 외에 승하차를 도울 보호자가 1명 더 탑승하도록 의무화했다. 또 운전자는 승차한 어린이가 안전띠를 맺는지 확인 후 출발하도록 했다. 이 법은 2015년 1월 29일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시행됐고, 2017년 1월부터는 학원에도 적용됐다.

 

세림이 사건은 어린이 통학차량 안전문제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부주의로 인한 어린이 안전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또 다른 세림이를 막기 위해 세림이법이 만들어졌지만 법이 유명무실할 정도로 끔찍한 사고는 계속되고 있다.

 

2016년 7월 광주광역시에선 당시 4세인 최모 양이 35도가 넘는 폭염 속에서 유치원 통학버스에 8시간이나 방치된 사건이 있었다. 최모 양은 그때 후유증으로 2년이 지난 지금도 의식불명 상태다. 지난 17일엔 동두천에서 어린이집 통학차량에 4세 여자아이가 7시간 동안 갇혀있다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폭염 속 숨 막히는 차량에서 몸부림쳤을 아이 생각에 국민들의 공분이 대단하다. 9인승 차량이면 운전자가 고개만 한번 돌려 확인했어도 아이를 발견했을 것이다. 인솔교사가 동승했는데 역시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과 캐나다에는 ‘슬리핑 차일드 체크(Sleeping Child Check)’ 시스템이 있다. ‘잠들어 있는 아이를 점검하라’는 것이다. 이 제도는 통학차량 맨 뒷자리에 버튼을 설치해 운전자가 이를 눌러야만 시동을 끌 수 있도록 해 아이들의 하차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자유한국당 김현아 의원이 21일 ‘슬리핑 차일드 체크 시스템’을 도입하는 내용을 담은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어린이 통학버스를 운영하는 사람은 어린이나 영유아의 하차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장치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2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어른들의 무관심과 부주의로 발생하는 인재(人災)를 막을 수 없다면 차량 내 방치 사고를 원천 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도 도입해 아이들이 더 이상 희생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뒤늦게 발의된 법률안이 잠자도록 방치하는 일도 없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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