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가마솥 더위

이명관 사회부장 mk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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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찜통더위는 옛날부터 시골집 부엌의 가마솥에서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열과 수증기를 닮았다 해 가마솥더위라 불렸다.

덥다. 더워도 너무 덥다. 말 그대로 가마솥더위다. 낮에는 쓰러질까 돌아다니기가 겁날 정도이고, 밤에는 에어컨 등 냉방기기 도움 없인 열대야로 잠도 못 이루는 형국이다.

 

15일째 펄펄 끓는 이번 더위는 24년 전인 1994년 7월과 비교된다. 당시 한 달간 낮 최고 기온이 33도를 넘는 날이 무려 18.3일이나 지속됐다. 이에 100만 마리가 넘는 가축이 폐사했고, 수백 t에 달하는 수산물도 죽었다. 불볕더위의 여파로 인한 초과사망자 수도 수천명에 달할 것으로 집계됐었다.

 

이번 더위도 못지않다. 경기도 31개 시ㆍ군 전역은 물론 전국에 폭염경보가 계속되고 있다. 낮 최고 기온이 35도에 달하는 더위와 열대야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그나마 중북부지역에 약한 비 소식이 있기는 하지만 더위를 식히기에는 양이 많이 부족하다. 오히려 습도를 끌어올려서 불쾌감만 더욱 높아질 수도 있다. 특히 이번 더위는 초미세먼지와 높아진 오존지수까지 연계돼 있다.

 

기상청은 연일 온열질환자 발생 및 농축수산물 피해에 유의해달라고 한다. 또 식중독 위험성도 널리 알리는 등 일상생활 전반에 빨간불이 켜진 모양새로 피해는 날로 커지고 있다. 전력수요 및 수돗물 생산량 증가 등으로 사회적 비용도 만만치 않다. 심지어 바닷물 수온도 올라간다 할 지경이다. 이런 때일수록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적정한 실내외 온도 차 유지와 잦은 환기, 물이나 과일 및 채소를 통한 충분한 수분섭취, 균형잡힌 식사 및 날음식 먹지 않기 등이다.

 

비가 간절한 요즘 반가운 태풍 소식은 혹시나 하는 희망을 품게 한다. 25일 새벽 괌 북서쪽 해상에서 제12호 태풍 ‘종다리’(JONGDARI)가 그 주인공이다. 현재로서는 경로가 아직 유동적이라 예단할 순 없지만, 우리나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그럼에도 가마솥 더위를 조금 누그러뜨리지 않을까 잔뜩 기대해본다.

이명관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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