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더위 먹은 모기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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귓가에 앵앵거리는 모기 한 마리 때문에 잠을 설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잠결에 손사래를 쳐보지만 어느새 또 다가와 앵앵거린다. 결국 불을 켜고, 모기와의 전쟁이 시작된다. 간신히 잡고 보니 붉은 피가 가득하다. 은근히 화가 치민다. 잠을 설친 것도 억울한데 피까지 먹다니…. 모기는 호흡할 때 이산화탄소를 많이 내뿜는 사람이나 체온이 높은 사람을 선호한다. 모기가 유독 좋아하는 체취를 타고난 사람도 있다. 모기한테 인기라니, 유난히 모기가 달라붙는 사람들은 짜증스러울만 하다.

 

모기는 작다고 무시했다가는 큰 코 다치는 무서운 존재다. 1년 동안 사람을 가장 많이 해친 동물(?)이 다름 아닌 모기다. 실제 말라리아, 황열, 뎅기열, 뇌염 등 모기 매개 질환으로 매년 최소 72만 명이 사망한다. 특히 에이즈, 결핵과 함께 세계 3대 감염병으로 꼽히는 말라리아는 세계적 골칫거리다. 매년 200만 명 이상의 환자가 발생하고 40만 명 이상이 말라리아로 사망한다. 환자의 90% 가까이는 아프리카에서 발생하지만 동남아를 중심으로 감염자가 증가하고 있다. 빌 게이츠가 만든 재단에서 2000년부터 말라리아 퇴치약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말라리아 종말까지는 먼 얘기다.

 

우리나라에서도 매년 말라리아나 일본뇌염에 의한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 모기가 인체에 미치는 위험성은 크게 모기 매개 질환, 모기 상처를 잘못 관리해 생기는 봉소염(봉와직염), 수면장애를 통한 면역력 저하 등을 들 수 있다. 간지럽다고 모기에 물린 상처를 심하게 긁거나 상처 부위에 침을 바르거나 손톱으로 꾹꾹 누르게 되면 피부나 침 안에 들어있던 세균이 피부아래 연조직으로 들어가 봉소염을 일으킨다. 봉소염이 생기면 인근 조직으로 급속히 감염이 퍼지고 면역저하자의 경우 패혈증 등의 중증 합병증이 생겨 사망하는 경우도 있어 모기 물린 상처를 가볍게 생각해선 안 된다. 가능한 건드리지 않는게 최선이며, 냉찜질이 도움이 된다.

 

올 여름엔 기록적인 폭염에 불청객 모기도 맥을 못추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일본뇌염을 매개하는 ‘작은빨간집모기’ 개체 수가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말라리아 환자 수도 예년에 비해 30% 정도 줄었다. 짧은 장마에 이어 기록적인 고온 현상이 계속되면서 고인 물이나 물웅덩이 등이 말라 모기의 산란 및 생육 환경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모기 수가 늘어나려면 16∼20도의 일정한 온도와 적당한 습도가 필요하다. 하지만 연일 30도가 넘는 무더위에 모기가 거의 활동을 못하고 수명도 짧아졌다. 모기도 더위 먹는 폭염, 방심하지 말고 건강관리 잘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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