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처럼 높은 분도 죄를 짓는가’ ‘교황도 무릎 꿇고 고해성사를 해야 하는가’
이런 이야기들이 오고 갔는데, 누구나 인간이기에 지을 수 있는 죄를 고백하는 것은 영혼을 깨끗이 하고 사회를 정화시키는 촉매작용을 한다는 것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다. 그리고 교황이 평사제 앞에 고해성사를 하는 겸손한 모습은 누구에게나 신선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 겸손함은 무척 큰 용기를 필요로 한다. 더욱이 정치인의 가장 아픈 아킬레스건이라고 하는 정치자금에 대한 고해성사는 엄청난 결단과 용기가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2002년 3월 고인이 된 김근태 전 의원의 정치자금 고해성사는 우리 정치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것이라 하겠다.
민주당 대통령후보 경선이 한창일 때 김근태 당시 최고의원은“나는 권노갑 고문으로부터 2천만원을 받았다”는 양심고백을 했다. 가히 메가톤급 폭탄발언이었고 우리 정치판에 큰 충격을 주었다.
그러나 당시 민주당 실세였던 권노갑 고문의 실명이 거론되자 한나라당에서는 그 돈의 출처를 밝히라고 공격을 퍼부었고 민주당 역시 반응은 곤혹스러움 그 자체였다.
고문으로 몸이 망가지도록 민주화운동에 평생을 바친 김근태 대통령 경선후보는 영웅이 되질 못하고 오히려 ‘혼자서 깨끗하면 되나…’하는 비웃음을 받기도 했으며 인기가 하락하기 시작했고, 마침내 후보 사퇴를 하고 말았다. 그리고 그의 ‘양심고백’은 오히려 수사를 받았고 유죄판결로 이어졌다. 그리고 2011년 12월 고문으로 인한 후유증으로 파킨슨병을 앓고 뇌정맥혈전증 까지 겹쳐 세상을 떠났다.
어쩌면 ‘깨끗한 정치’를 위한 그의 용기있는 정치실험은 실패로 끝났는지 모른다. 그러나 정치자금 고해성사를 외친 그의 순수한 열정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정의당의 얼굴이었던 노회찬 의원의 죽음도 그 연장선상에서 보면 또 한번 난치병을 앓는 한국에 몸을 던진 것이라 하겠다.
그는 유서를 통해 드루킹으로부터 4천만원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유죄판결을 받고도 끝까지 얼버무리고 ‘결백’을 주장하는 정치인이 얼마나 많은가? 그런데도 노회찬의원은 어떤 경우에도 해서는 안될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통해 ‘고해성사’를 했고, 우리 정치발전을 가로막는 정치자금의 음산한 그림자를 무언으로 고발했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이제 정말 우리 정치가 정치자금으로부터 어떻게 자유롭고 깨끗할 수 있는가를 구체적으로 행동화해야 할 것임을 요구하고 있다.
왜냐하면 큰 충격적 사건이 벌어지면 모두들 자신이 당한 일처럼 벌떼 같이 일어나지만 시간이 지나면 망각해버리는 것이 우리들 모습이기 때문이다.
김근태 의원의 ‘정치자금 고해성사’때도 금방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처럼 뜨거운 분위기였으나 며칠이 못가 수면아래로 잠수해 버렸다.
그러나 이번 만은 정치자금 문제에 대한 항구적인 해결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우리 공천방식에 문제는 없는지 다시말해 우리의 공천방식이 돈을 빨아들이는 빨대역할을 하는 것은 아닌지, 우리의 기업회계에서부터 음성적 자금 빼돌리기를 차단할 투명한 벙법은 없는지 이 모든 것을 당파를 초월하여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
변평섭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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