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경기도에 경제부지사가 신설됐다. 당시 김문수 지사가 내놓은 파격적 카드였다. 민선 이후 정무부지사로 불리던 자리였다. 줄곧 정치권이나 퇴역 공직자들이 부임했었다. 충남과 강원, 전남이 이미 실시 중이긴 했다. 그래도 경기도민에겐 특별했다. 일부에서는 일자리 창출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라고 분석했다. 당시 대권 도전이 유력했던-결국 경선에 뛰어든다-김 지사 정치 일정과 관련된 선택이라는 해석도 있었다. ▶이재율 부지사가 취임했다. 격무(激務)가 맡겨졌다. 경제(經濟)에 그치지 않았다. 여전히 본업은 정무(政務)였다. 대(對)의회 업무에 녹초가 됐다. 직업 공무원 직무에 정무직 공무원 직무까지 떠안겨진 꼴이었다. 1년3개월여 근무를 마치고 이 부지사가 떠났다. 그 자리에 취임한 2대 경제부지사가 김희겸 부지사다. 행안부 산하 지방행정체제개편추진위원회 국장에서 옮겨왔다. 격무는 여전했다. 경제와 정무를 다 챙겼다. ▶3개월여 뒤 행정 2부지사-경기북부 부지사-로 옮겼다. 경제부지사 실험은 오래가지 않았다. 신임 남경필 지사가 경제부지사직을 없앴다. 대신 등장한 게 사회통합 부지사다. 자리가 다시 정치인들에게 돌아간 것이다. 결과적으로 아주 희귀한 경험이었다. 민선 25년 동안 딱 3년이다. 직업 공무원 중에는 이재율 경제부지사와 김희겸 경제부지사 둘에게만 주어졌다. 그리고 2018년 7월30일, 그때 김 부지사가 경기도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행정 1부지사다. ▶경기도정에는 기록이다. 1, 2, 3 부지사를 모두 역임한 부지사다. 정무부지사직 개편이 없는 한 깨질 가능성도 없다. 그의 공직 생활에도 큰 기억으로 남을 게 틀림없다. 어릴 적 ‘논두렁 축구’에서는 이런 룰이 있었다. ‘코너킥 세 번이면 페널티킥 한 번이다’. 돌아보면 추억이 아른거리는 웃기는 룰이었다. 그 룰을 여기에 붙이면 어찌 되나. ‘부지사 세 번이면 도지사 한 번이다.’ 무슨 정신 없는 소린가 할 거다. 맞다. 웃자는 얘기다. ▶의미는 다른 데 있다. 부지사 세 번 했으면 3배로 잘해야 한다. 정무도 경험했고-경제부지사-, 북부도 지휘했고-행정2부지사-, 이제 도정 전체 살림-행정 1부지사-까지 맡았다. 정무도 잘하고, 북부도 잘 챙기고, 도정 살림도 잘해야 한다. 공직사회는 그를 평할 때 ‘성실’ ‘원칙’을 말한다. 무던할 정도로 성실하다. 답답할 정도로 원칙을 지킨다. 그에게 ‘부지사 3관왕’의 기록을 만들어준 자산도 따지고 보면 이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이런 기록도 있던데…. 수원 지역 고등학교-유신고등학교- 출신의 최초 부지사다. 동문들이 그냥 둘 리 없다. 안 그래도 ‘유신고 출신 수원시장 후보’라는 꼬리표가 늘 붙었었다. 이제 1부지사로 취임했으니 더 들먹일 듯하다. 그런데 말이다, 이게 다 부질없는 소리다. 그냥 듣기 좋으라고 하는 소리다. 지금 ‘부지사 3관왕’ 김희겸이 세워야 할 진짜배기 기록은 따로 있다. ‘가장 일 잘했던 부지사’ 1등으로 남는 기록이다.
김종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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