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전역이 고온으로 펄펄 끓고 있다. 한낮 기온이 38도를 오르내리기 일쑤다. 연일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경보와 폭염특보가 발령되면서 우리나라 폭염 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그야말로 사상 최악의 혹서기다.
혹서기는 삼복더위 기간을 말한다. 초복, 중복은 지나고 말복을 앞두고 있다. 보통 초복∼중복∼말복은 열흘간이지만, 올 말복은 중복(7월27일)과 20일이나 벌어진 월복(越伏), 그만큼 월복인 해는 무더위가 심하고 오래간다.
삼복더위가 어느 정도인지를 상징하는 속담이 있다. ‘삼복더위에 소뿔도 꼬부라든다’는 말이 있다. 삼복더위에는 굳은 소뿔조차도 녹아서 꼬부라진다는 뜻으로, 삼복 날씨가 몹시 더움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복더위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암울한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경기도 내 온열질환자는 402명으로 전년보다 332% 증가했고, 가축 폐사는 189농가에서 32만 9천338마리의 돼지와 닭, 메추리 등이 폐사했다. 당분간 비 소식이 없어 온열질환자와 가축 폐사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암울한 소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주변의 소소한 이야기가 푹푹 찌는 찜통더위를 식혀주고 있다. 새마을부녀회를 비롯해 지역사회복지협의체, 병원, 기업체 등 각계각층에서 무더위에 지친 어르신과 차상위계층 건강 챙기기에 나섰다. 직접 찾아가 삼계탕 등 여름 보양식을 나누거나 선풍기ㆍ여름이불 등 생필품을 전달하기도 한다.
또 아이돌그룹 한 멤버는 무더위로 고통받는 취약계층에게 냉방용품을 전달해달라며 복지단체에 5천만 원을 기부했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복지단체 등에 여름나기 성금을 기탁하는 알려지지 않은 독지가는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사랑나눔 손길이 전국을 뒤덮은 복더위를 녹이고 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고 숨이 턱턱 막히는 복더위에도 내 옆의 이웃에게 작은 나눔의 손길을 내밀 때 우리 사회가 조금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바뀌지 않을까.
이관식 지역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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