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바지 입고서 회사에 가도 깔끔하기만 하면 괜찮을 텐데/여름 교복이 반바지라면 깔끔하고 시원해 괜찮을 텐데’. DJ DOC의 노래 ‘DOC와 춤을’의 한 구절이다. 멤버들의 ‘스트리트 파이터’ 행실로 비난도 받았다. 욕설이 포함된 노랫말로 종종 사회문제화되기도 했다. 1997년에 발표된 싱글앨범 ‘삐걱삐걱’은 전량 수거되기도 했다. ‘X라’와 ‘X같은 세상’ 등의 욕설이 문제가 됐다. 하지만, 위에 가사만큼은 더 없이 신선하다. 기록적 폭염이 계속되는 요즘 같을 때는 더 하다. ▶2009년 환경부가 쿨맵시 캠페인을 시작했다. 간편한 사무실 복장 문화를 위한 운동이다. 실내 냉방온도를 높이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자는 취지였다. 국립환경과학원도 쿨맵시 옷차림이 체감온도를 2℃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다며 가세했다. 이웃 일본에서는 이미 2000년대 초부터 ‘쿨비즈 캠페인’이라는 이름으로 유행하던 제도다. 하지만, 이때의 쿨맵시는 ‘노타이ㆍ반소매 셔츠’까지만 갔다. 반바지 착용은 주장하는 이도, 실천하는 이도 없었다. ▶2012년, 서울시가 반바지 근무복을 허락했다. 5월부터 9월까지 ‘쿨비즈(Cool Biz)’ 제도를 시행했다. 특히 6월부터 8월까지를 ‘슈퍼 쿨비즈’ 기간으로 정했다. 이 기간에는 반바지와 샌들차림이 가능하다고 선언했다. 박원순 시장이 패션쇼에 직접 반바지를 입고 등장하기도 했다. 실제로 적지 않은 공무원들이 반바지 차림으로 출근했다. 이 낯선 광경이 각종 언론에 보도됐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얼마 뒤 반바지는 다시 사라졌다. ▶‘반바지 논란’이 또 불거졌다. 이번에는 정부도, 지자체도 아니다. 어느 공무원이 인터넷에 게재하면서다. 지난 1일 수원시공무원노동조합 홈페이지에 익명의 글이 올라왔다. “남자직원입니다. 너무 더워 반바지 입고 출근하고 있어요. 그래도 되는 거죠.” 순식간에 700여 명이 조회했다. 여성 공무원들의 지지 댓글도 이어졌다. 시의 입장은 이렇다. “반바지 입는다고 윗사람 눈치 볼 필요 없다. 입어도 된다.” ▶염태영 시장은 그날부터 반바지를 입었다. 하지만, 일반 공무원들은 아직 없다. 따지고 보면 ‘시원하게 입으라’는 권고는 2009년부터 시작됐다. 2012년에는 ‘반바지를 입으라’는 구체적 권유도 있었다. 2012년에는 박원순 서울 시장이 입었고, 올해는 염태영 수원시장이 입었다. 그런데도 공무원들은 쉽게 결정을 못 한다. 생각해보면 지독히도 스스로를 옭아맨 ‘반바지 이데올로기’다. ‘반바지 혁명’이라도 일어나야 할 듯하다. ▶그 노래 뒷부분에는 이런 구절도 있다. ‘사람들 눈 의식하지 말아요. 즐기면서 살아갈 수 있어요/내 개성에 사는 이 세상이에요. 자신을 만들어 봐요’.
김종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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