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곱창·대창·막창아, 너희들 어디서 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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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텔레비전의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요즘 인기 있는 아이돌 그룹의 멤버가 곱창 등을 맛있게 먹는 모습이 방영되면서, 이른바 서울과 경기도 등 수도권 전역에 ‘곱창 대란’이 일어났다.

 

아이돌 멤버가 찾아갔었던 곱창집은 물론이고 다른 곱창집에도 사람들이 몰리면서 길게 줄을 서서 빈자리가 나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화제가 되고 있고, 곱창을 소개한 아이돌 멤버는 ‘곱창 여신’으로 불릴 정도다.

 

예전에 서민들이 술안주 삼아 맛보던 곱창·대창·막창 등이 요즘 젊은 층에게도 인기를 얻는 것을 보니 오랜만에 성인이 된 아들·딸들과 곱창집에서 술 한잔 겸 외식을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최근 뉴스를 접하면서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곱창·대창·막창 등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값싼 외국산을 국내산으로 원산지를 둔갑시켜 판매한 사람들이 무더기로 적발되었다는 것이다.

 

1990년대 농축산물 수입 개방이 있기 전만 해도 우리가 먹고 마시는 것들은 모두 국내산이었는데, 어느덧 외국산 농축산물이 우리 먹거리의 7할을 점유하는 현실이 되었다. 여기에 국내산과 외국산의 가격 차가 상당하다고 한다. 이러다 보니 값싼 외국산 농축산물을 국내산으로 둔갑하여 판매했다는 뉴스는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아니다. 우리 국민들은 여전히 우리 땅에서 나서 자란 국내산 농축산물을 더 선호하지만, 이를 악용해 가격이 싼 외국산을 국내산으로 둔갑 판매해 이익을 얻으려는 사람들은 끊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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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따르면 외국산을 국내산으로 속여 판매하는 등 원산지 표시사항을 위반하여 적발된 사례가 매년 4천건이 넘고, 이 중 돼지고기·쇠고기·배추김치·콩 등 주요 4품목이 전체 위반의 7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원산지 표시 위반으로 생기는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나라 소비자들에게 전가된다. 이는 또한 땀 흘려 농축산물을 생산하는 우리 농업인 또한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소비자와 생산자의 피해를 막기 위하여 정부에서는 형량 하한제, 과징금제도 등 처벌 규정을 손질하고 단속을 강화하고 있으나, 가장 효과적인 원산지 표시 위반 예방책은 소비자들의 관심이 아닐까 한다.

 

원산지가 의심되면 신고하는 ‘똑똑한 소비자’가 많아질 때, 원산지 둔갑 행위가 우리 사회에서 사라질 것이다.

 

이수열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경기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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