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은 ‘죄 또는 죄악’이다. 윤리, 종교적인 범죄나 법률, 사회적인 규범(질서)의 위반을 통틀어 일컫는다. 종교적으로는 하나님의 뜻과 명령을 거역하는 모든 악한 행위를 말한다. ‘Crime’은 ‘범죄 또는 범행’이다. 공익에 피해를 주는 것으로 정의되는 행위다. 보통 개인에 의해 행해지고 형법에 의해 금지되며 국가의 대표자들에 의해 억제된다. 논리적으로 보면 ‘Sin’이 ‘Crime’를 포함한다. 기독교적 서구사상으로 풀이한 구분이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성폭력, 성추행 혐의로 기소된 지 4개월여만이다. 재판부는 피해자 김씨가 성적 자기 결정권을 침해당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정에서는 울음소리가 들렸다. “정말 너무 한다” “정말 정의가 없다”는 외침도 있었다. 안 전 지사는 “부끄럽다. 다시 태어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여론이 싸늘하다. 강경 페미니즘 커뮤니티 워마드에는 이런 글도 올랐다. “가방에 칼을 넣고 다니겠다.” ▶김경수 경남지사에 대한 특검 수사가 막판이다. 대선에서 댓글 조작을 공모한 혐의다. 특검은 김씨에 대한 사법처리를 자신하는 듯하다. 그런데 여론은 다르다. 특검에 출석하는 김 지사에게 수많은 환호가 쏟아졌다. “김 지사님 힘내세요”라며 꽃을 던지는 지지자도 있었다. 물론 여권의 실세라는 정치적 배경이 한몫한다. 하지만, 일반인 여론도 그리 가혹하지는 않다. 다분히 ‘희생양’이라는 동정을 담고 있다. ▶안 전 지사는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적어도 법률에 의해 단정되는 ‘Crime’은 면했다. 하지만, 여론은 여전히 극도의 분노를 보내고 있다. 김 지사는 특검에 의한 기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적어도 형법(Criminal law)을 위반한 범죄 혐의자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여론은 대체적으로 우호적이다. 안 전 지사와 김 지사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Sin’이다. ‘도덕적 죄악’이라는 기준이 두 거물 정치인의 평가를 극과 극으로 갈랐다. ▶법은 최소한의 도덕이라고 한다. 법률학 초입에 배우는 법언(法諺)이다. 영어의 ‘Sin(=부도덕)’과 ‘Crime(=불법)’의 구분과도 통한다. 어제오늘, 이런 기준이 극명하게 적용되는 현실을 보게 된다. 일반인에게 적용되는 비난의 경계는 ‘Crime(범죄)’이다. 하지만, 사회지도층에게 적용되는 비난의 경계는 이보다 훨씬 높은 ‘Sin(부도덕)’까지다. 유ㆍ무죄를 떠나 도덕적으로 그릇된 지도자는 용서받지 못한다. ‘법’과 ‘도덕’, 사회 지도층이라면 늘 자신을 비춰보며 간직해야 할 두 개의 거울이다.
김종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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