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결혼하고 나서 줄곧 교회에 다니고 있다. 10년차 ‘선데이 크리스천’이다. 주일만 지키는 일명 ‘날라리 신자’다. 어린 시절에는 무신론자였는데 20대 이후 다신론자가 됐다. 모든 종교는 그 생겨난 이유가 있고 그들이 주장하는 신들은 존재한다고 믿는다.
5년 전부터 다닌 교회는 지난해 원로목사가 아들에게 교회를 물려준 이른바 세습교회다. 원로목사가 아들에게 담임목사를 물려주는 것을 보고 거부감이 매우 컸다. 솔직히 교회를 옮기는 것이 귀찮아 그냥 다니고 있는데 선데이 크리스천으로 종교 생활을 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다. 담임목사가 설교도 잘하고 종교적 신념과 가치관이 뚜렷한 것 같다. 현재 다니는 교회의 담임목사 세습은 신자들의 종교생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초대형 장로교회인 명성교회가 소속 교단으로부터 김하나 목사 청빙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판결을 받았다. 지난해 11월 이 교회 김삼환 원로목사의 아들인 김하나 목사가 후임으로 위임된 후 교계는 물론 사회적으로 ‘세습 논란’이 일면서 9개월 만에 내려진 교단 재판국의 결정이다. 이번 재판의 관건은 세습 금지를 위해 교단이 정한 ‘은퇴하는 목회자 자녀는 해당 교회의 담임 목사가 될 수 없다’는 내용의 교단 헌법을 어떤 식으로 해석할 것인가에 있었다.
교회 측 주장에 따르면 김삼환 목사 퇴임 이후 2년에 공백이 있어 김하나 목사가 바로 승계한 것이 아니어서 청빙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개신교 신자들은 물론 신자가 아닌 사람들도 비난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은퇴한 목회자 자녀가 해당 교회의 담임 목사가 될 수 없다’는 교단 헌법이 왜 생겼을까. 아마도 자식이라는 이유로 특혜를 줘서는 안 된다는 취지에서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본질은 은퇴한 목회자의 아들이 교회를 물려받느냐, 아니냐에 있지 않다. 해당 교회의 목사로서의 자질이 있느냐, 없느냐에 있다. 담임목사의 선정 자체가 문제이다. 투명하고 공정하게 합리적으로 목사가 됐느냐가 중요하다. 세습으로 문제가 되는 아들 목사가 자격이 되면 하면 될 것이고 자격이 안 되면 못하는 것이 맞다. 교회 담임목사 선임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하면 되는 것 아닌가. 하나님이 내려주신 마땅한 자가 목사가 되면 그만이다.
최원재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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