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평섭 칼럼] 西部戰線 이상 없나?

변평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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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로마는 3세기에서 2세기, 로마는 지중해 지배권을 놓고 라이벌 카르타고와 치열한 전쟁을 벌였다. 특히 카르타고는 유명한 코끼리 부대로 알프스를 넘어 로마를 공격한 한니발장군이 있었다.

이때 로마의 레굴루스라고 하는 장군이 전쟁 중에 카르타고군의 포로로 잡혔다. 카르타고는 레굴루스장군을 석방하면서 로마에 가서 원로원으로 하여금 카르타고와 평화조약을 맺고 전쟁을 끝내도록 설득하라고 했다. 그러나 로마에 돌아온 레굴루스장군은 원로원에서 ‘우리는 카르타고군과 평화조약을 맺으면 안 된다. 그것은 그들의 계략에 빠지는 것이다’라고 연설한 후 다시 자신을 포로로 잡았던 카르타고군영에 들어가 장렬하게 죽고 말았다.

어쩌면 로마 원로원은 평화를 원했고 그것을 레굴루스가 명분있게 설득하는 연설을 해 주길 기대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하지 않고 떳떳이 소신을 밝힌 뒤 다시 적군의 포로가 돼 죽음을 택한 것이다. 참 멋진 군인이다. 진정 로마가 위대했던 건 이와 같은 군인의 충성심, 애국심이 뭉쳐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요즘 전에 없이 우리 군에 대한 뉴스가 쏟아질 때마다 로마의 레룰루스 장군 이야기를 떠올리게 된다. 그런데다 국방의무를 거부했던 사람까지 나서 군을 이러쿵저러쿵하는 걸 보면 ‘이걸 어찌하나’하는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 없다. 또한 북한의 핵은 아직도 안갯속인데 우리의 방위태세는 마음씨 좋은 이웃집의 울타리같이 되는 건 아닌지 찜찜하다.

2012년부터 1천600억 원이나 들여 개발한 우리의 중거리 지대공 요격미사일 ‘철매 II’ 양산 물량을 대폭 축소하는걸 검토한다는 보도는 더욱 그런 불안을 가중시킨다. 이 미사일은 북한의 스커트노동미사일에 대응할 우리의 매우 중요한 방어수단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불과 며칠 전에는 믿었던 해병대의 마리온 헬기가 어처구니없게 이륙 직후 추락, 장병 5명의 목숨을 앗아감으로써 국민들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았는가. 그런데다 군복무 기간의 단축, 병력 감축… 이렇게 ‘감축’이 안심해도 좋은 것일까.

물론 지금 남북 분위기가 4ㆍ27 정상회담을 계기로 호전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분위기가 국가 안보를 보장하는 것도 아니고 분위기란 또 어느 상황에 변할지도 모른다. 공산주의의 본질이 또한 그래 왔었다. 필요에 따라 옷을 바꿔 입기도 하고, 눈물과 미소를 마음대로 연출해 내는 게 그들의 전술이요 전략이다.

그래서 믿을 것은 완전한 국방력이다. 북한은 지금도 그렇지만 상황이 유리해지면 주한미군 철수를 더욱 강력하게 주장할 것이다. 그때에 트럼프같은 거래의 명수가 잘못 악수를 두게 되면 우리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세계 1차대전으로 독일의 프랑스-벨기에를 잇는 서부전선이 교착상태에 빠졌었다. 참호 속에서 지루한 공방전이 계속되고 팔 다리가 잘려 나가는 등 그 참상은 말할 수 없었다. 이때의 상황을 글로 쓴 것이 E. 레마르크의 ‘서부전선 이상 없다’(In Western nichts Neues).

1928년 이 책이 나오자 25개 국어로 번역되고 영화화되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 책의 가장 감명 깊었던 장면은 주인공이 현장의 참상을 수기에 남기고 죽는 순간에도 사령부의 그날 보고는 ‘서부전선 이상 없다’는 것. 정말 우리 ‘서부전선’ 이상 없는가? 결코 이상이 없어야 하기에 묻는 말이다.

변평섭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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