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린 이산가족 상봉행사] 꿈같은 2박 3일… “꼭 오래 사세요” 다시 기약없는 이별

주소 주고받고 함께 사진 촬영
기쁨·아쉬움 담은 손편지 건네
혈육의 정 나누며 마지막 인사

▲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마지막 날인 26일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작별상봉 및 공동중식을 마치고 버스에 오른 북측 가족들이 남측 가족들과 헤어지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스통신취재단
▲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마지막 날인 26일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작별상봉 및 공동중식을 마치고 버스에 오른 북측 가족들이 남측 가족들과 헤어지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스통신취재단
8ㆍ15 계기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2차 작별상봉을 끝으로 눈물 속에 막을 내렸다. 지난 20일부터 남측 총 170가족이 방북해 약 65년 만에 북측 가족들과 해후했으며 짧지만 뜨거운 혈육의 정을 나눴다.

 

26일 오전 10시부터 남북 이산가족들의 작별상봉이 진행된 금강산호텔 2층 연회장은 다시 기약 없는 이별 앞에 놓인 가족들의 울음으로 눈물바다가 됐다.

 

남측 가족들은 이날 작별상봉장에 30분 전부터 도착해 북측 가족이 오기를 목을 빼고 기다렸다. 작별의 아쉬움으로 만나는 순간부터 곳곳에서 울음이 터졌다. 북측 오빠 정선기씨(89)와 남측 여동생 정영기씨(84) 남매는 이날 서로의 얼굴을 보자마자 오열했다. 영기씨가 “드디어 오늘이 왔구나”하며 통곡하자 선기씨는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며 “내가 미안하다”고 말했다. 이인숙씨(82)도 북측 언니 리현숙씨(86)와의 작별을 앞두고 “착잡하다. 이런 시간이 이제 다시는 안 오겠죠”라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주소와 가계도를 주고받으며 다시 만날 날을 약속하는 이들도 많았고 서로를 기억하고자 함께 사진을 찍거나 손편지를 주고받는 이들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파킨슨병을 앓고 있어 거동이 불편한 편찬옥씨(76)는 북측 조카들에게 편지를 썼다.

 

찬옥씨는 “사랑하는 조카들에게…. 참으로 이렇게 만나 대단히 감사하다”는 글을 힘겹게 쓴 뒤 편지를 북측 형에게 건넸다.

 

북측 리숙희씨(90)의 남측 여동생 이후남씨(82)도 북측 조카 리영길씨(53)의 부인에게 즉석에서 손편지를 건넸다. 편지에는 “우리 큰 언니 평생동안 잘 모셔 정말 고맙네. 큰 언니 모습 뵈니 너무 좋아 보여서 정말 잘 모셨구나 싶어 많이 기쁘다네”라는 내용이 담겼다.

 

앞서 리숙희씨도 전날 몸이 불편해 이번 행사에 참여하지 못한 사촌 언니에게 “언니야. 반세기 동안 혈육 소식을 몰라 하다가 북남 수뇌 배려로 이렇게 상봉이 마련돼 이 기쁨을 어떻게 표현할지 모르겠구나”로 시작하는 그리움이 담뿍 담긴 편지를 써 남측 가족에게 대신 전해달라며 건넸다.

 

일부 가족들은 말로 다 풀어내지 못한 감격을 시로 풀어내기도 했다.

 

상봉단에 포함된 오세영 시인(77)은 외가에서 자라며 여덟 살 때 보고 못 본 네살 아래 북측 사촌 여동생 라종주씨(72)에게 ‘사랑하는 동생 종주야’라는 제목의 시를 지어 전날 직접 전달했다.

 

남측 이산가족들은 작별상봉과 공동점심을 끝으로 2박3일 간의 일정을 모두 마친 뒤 오후 1시20분께 버스를 타고 육로를 통해 귀환했다. 앞서 이산가족들은 첫날 단체상봉과 환영 만찬, 이튿날 개별상봉과 객실중식, 단체상봉, 마지막 날 작별상봉 및 공동중식 순서로 65년만에 만난 가족들과 총 12시간 상봉했다.

 

이로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ㆍ27 정상회담에서 합의했던 8ㆍ15 계기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모두 마무리됐다. 앞서 1차 상봉단이 20∼22일 금강산에 가 북측 가족을 만났고 24∼26일에는 2차 상봉이 이어졌다.

강해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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