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일기예보 수준을 결정짓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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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목숨을 유지하고 생활을 영위해나가는 한 날씨는 영원한 뉴스거리라는 말이 있다. 날씨정보와 떨어져 살기가 매우 어렵다는 뜻이다. 날씨에 대한 정보를 잘 활용하면 돈도 되고 생명도 구할 수 있지만, 그 반대인 경우도 허다하다.

기상정보는 모든 복잡한 상황을 그대로 대변할 수 없기에 몇 줄의 문구로 압축해 놓은 것이라서 늘 동일한 해석, 동일한 적용이 가능하지 않으므로, 실제 접하게 되는 기상 정보를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탄력적으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기상 정보 속에 들어 있는 용어의 의미를 이해하고, 정보 속에 들어있는 과학적 불확실성을 인정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미 남들보다 더 높은 가치 정보의 혜택을 누릴 준비가 된 셈이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일기예보를 결정짓는 인자를 크게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고 한다. 일기예보는 과거와 현재를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것인데, 여기서 전통적인 지상 관측뿐만 아니라 위성, 레이더, 항공기, 선박 등 모든 관측자료(과거 기후와 현재를 포함), 슈퍼컴퓨터와 수치모델(도구와 S/W), 예보관의 판단(인적 요인)이라는 3박자가 맞아떨어질 때 최적의 예보를 낼 수 있는 것이다. 다소 엉뚱하지만 예보의 최종 내용물을 요리에 비유한다면, 관측 자료는 재료에 해당하고, 수치모델과 예보관은 요리 도구와 레시피, 요리사에 해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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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짚고 넘어가자. 슈퍼컴퓨터를 사 주었으니 예보를 잘해야 하는 것 아닌가? 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과학 지식의 발전 추세에 따라 조금은 다르겠지만, 세 가지 인자가 적절하게 균형을 이룰 때 최고의 결실이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서 우리는 이 당연할 수 있는 질문에 대한 대답에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최고의 요리를 만들기 위해 무엇이 가장 필요한가에 대한 질문에 대한 대답과도 같은 맥락이다.

 

결론적으로 세 가지 인자 중 어느 하나라도 부족하면 좋은 예보를 위한 완성도가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독일 화학자 리비히가 1840년대에 주장한 최소율(최소량 인자에 의한 결정)의 법칙이 여기에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높이가 다른 여러 개의 통나무 판자를 세워서 붙여 만든 나무 물통을 가정할 때, 이 물통에 담을 물의 양은 가장 높이가 낮은 나무판자(각각의 인자에 해당)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관측, 수치모델, 예보관이라는 인자 중 어느 하나라도 부족한 게 있으면 부족한 인자에 의해 예보 수준이 정해질 가능성이 크므로 이 요소들 간에 균형이 이루어지면서 발전해 나가도록 정책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김성균 수도권기상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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