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국군포로 송환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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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미국 하와이 히캄 공군기지에 미군 전사자 유해 55구가 도착했다. 한국전쟁에 참여했다 전사해 65년 만에 고국 땅을 밟은 유해 55구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최고 예우를 갖춰 맞이했다. 지난 6월 싱가포르에서 북미 정상이 미군 유해 송환에 합의한 지 두달 만이다. 펜스 부통령은 “모두가 6·25를 잊힌 전쟁이라고 했지만, 오늘 우리는 이 영웅들이 절대 잊히지 않았음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미국은 6·25전쟁 때 실종된 5천500여 명의 유해가 북한에 묻혀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1990년부터 북한과 유해 송환 회담을 벌여 지금까지 500여 구의 유해를 돌려받았다. 미국은 전쟁에서 싸우다 포로가 됐거나 실종된 미군을 끝까지 찾아내 조국과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것을 국가의 사명으로 여긴다. 미 국방부 산하 전쟁 포로·실종자 확인국(DPAA)의 모토가 ‘그들이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Until They are Home)’다.

 

미군 유해 송환을 지켜보며 눈물 짓는 이들이 많았다. 국가를 위해 싸우다 북으로 끌려갔고, 돌아오지 못해 그곳에 잠든 이들이 우리에게도 있기 때문이다. 생사를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는 2014년 “8만2천명의 한국군이 한국전쟁 이후 실종됐고, 5만~7만명이 북한과 그 동맹 국가(중국)에 억류됐다”고 추정했다. 이들 중 대부분은 탄광 등에 배치돼 평생 고된 노동을 했고, 남쪽 고향을 그리다 눈을 감았다. 지난 20일 금강산에서 열린 제21차 이산가족 상봉에서도 남쪽의 이달영씨(82)는 국군 포로로 북에 간 아버지가 숨진 바람에 그 이복동생들과 만나 그리움을 달랬다.

 

현재 북한에 생존해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국군 포로 숫자는 500명 정도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80세를 넘었다. 이산가족과 마찬가지로 가족 상봉이 시급하다. 나아가 국내 송환 협의도 서둘러야 한다. 역대 많은 대통령들이 공약이나 국정 과제 등을 통해 국군 포로와 납북자의 송환 해결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실행되지 않았다. 감언(甘言)일 뿐이었다.

 

미국은 사망한 군인의 유해라도 찾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4·27 판문점 선언’에서 유해는 고사하고 살아있는 국군 포로 문제도 거론하지 않았다. 이제라도 국군 포로 송환을 위한 특단의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북한이 군군 포로 문제에 민감한 반응이긴 하지만 협상을 잘 해야 한다. ‘죽어서라도 고향 땅에 묻히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을 외면해선 안 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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