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폭등하는 서울 집값은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과 박원순 서울시장의 철없는 작품이다. 여의도와 용산을 통째 개발하겠다는 ‘싱가포르 구상’이 서울 집값에 불을 질렀다.
박 시장은 비난 속에 ‘개발 유보’를 선언했으나 투기 광풍은 이미 걷잡을 수 없이 확산했다. 어설픈 구상이 얼마나 큰 참화를 불러일으키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정부도 이 비난을 벗어날 수 없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주 “등록된 임대 주택에 주는 세제혜택을 줄여 신규 투기세력을 규제하겠다”고 밝혔다. 임대사업자 활성화 방안을 내놓은 지 8개월여 만에 정부 스스로 바꿨다.
차제에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청와대와 정부, 여당은 지난 4일 서울 상업지역·그린벨트에 아파트 공급을 확대하고 부동산 보유세를 높이는 대신 거래세를 낮추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 부동산 정책 방향이 규제에서 공급으로 선회한 것은 일단 바람직하다.
경제학의 가장 기초인 ‘공급보다 수요가 많으면 가격이 오른다’는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주택도 이 원칙에서 예외일 수 없다. 서울은 주택소유율이 49.3%로 몹시 낮아 내 집 마련에 대한 불안감이 높을 수밖에 없다.
정부와 박원순 시장은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 재건축을 막고 양도세와 종부세로 응징하려 했으나 결과는 정반대다. 서울 아파트 값은 더 지을 땅이 없으므로 정부가 아무리 누른다 해도 잠시 주춤할 뿐 다시 오를 수밖에 없다.
직장이 서울인 상당수 수도권 주민은 서울시의 소아병적인 진입제한으로 출퇴근에 평균 3시간이 걸린다. 집값도 서울과 비교하면 평당 5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다가 국민적 공분(公憤)이 고조돼 계층 간 갈등이 극에 달하면 보통 일이 아니다.
서울 집값 문제의 해답은 있다. 주택 공급을 늘리고 수요를 분산시키는 것이다. 자고로 시장을 이기는 정부는 없다. 서울은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완화해 공급을 늘리고 수도권은 양질의 공공주택과 임대주택을 많이 공급해야 한다.
그리고 가칭 ‘수도권광역교통행정청’을 설치해 서울의 편협한 교통정책을 바꿔야 수도권 분산이 쉬워진다. GTX같은 첨단 교통시스템을 더 빨리 건설해야 하는데 자꾸 늦어지는 것도 문제다. M버스나 광역버스도 늘리고 준공영제 예산을 중앙 정부에서 지원해야 한다.
지금의 집값 급등을 일부 투기세력의 농간으로만 보고 대책을 세웠다간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할 수 있다. 2500년 전에 사마천은 사기 ‘화식열전’에서 “인간은 이기적 존재이고 부와 명예를 추구하는 본성이 있기에 이러한 인간들과 싸우는 정부가 가장 어리석다”고 말했다. 지금 정부 당국자들이 명심해야 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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