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가을걷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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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도 길었던 여름의 폭염과 연이은 태풍과 폭우가 지나가고 어느새 하늘은 청명한 가을빛이다. 들판에 곡식들은 제각각의 색깔을 띄우며 농민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가을걷이가 시작되면 쌀 예상생산량조사가 시작된다.

 

9월 중순부터 통계청의 농업통계 담당자들은 표본 조사구의 벼의 품종과 작황을 파악하고 논에 직접 들어가서 3㎡당 포기 수, 포기당 이삭 수, 이삭당 낟알 수를 일일이 조사한다.

 

현장조사를 바탕으로 최근의 기상 상태와 전망, 피해 상황, 과거 낟알무게 등을 참고하여 단위면적당 예상수확량을 추정한다. 예상수확량은 정부의 쌀값 안정과 쌀 수급대책 마련 등 각종 정책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수립하는 데 이바지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가을걷이가 시작되면 직원들은 농민보다 더 바쁘다. 작물을 모두 수확하기 전에 수확량을 조사해야 하는 농업통계의 특수성 때문이다. 일부 작물은 면접청취조사도 하지만 쌀 생산량조사는 직원들이 직접 벼를 벤다. 농민들이 수확하기 전에 작황을 파악하고 선정된 두 지점에서 각각 3㎡씩 벼를 채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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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를 건조하고 탈곡하는 것으로 끝이 아니다. 탈곡한 낟알의 수분함량이 15%가 될 때까지 건조한 후 제현기를 이용해서 현미를 만든다. 선별기로 현미의 낟알을 크기별로 분류하고 1.6㎜ 이상의 낟알만 모아서 무게를 측정하여 단위면적당 수확량으로 다시 환산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전국의 쌀 생산량을 발표한다.

 

우리나라의 쌀 생산량조사는 1965년 과학적인 표본설계를 바탕으로 한 실측 조사방식으로 시작되었다. 이후 조사방법의 개선과 수분측정기, GPS와 같은 장비를 활용해서 조사의 신뢰성을 높여왔다. 통계청의 예상 수확량과 실제 수확량의 차이는 2% 이내의 정확성을 담보하고 있다.

 

가구나 사업체 통계에서 인터넷, 모바일, 행정자료, 빅데이터 등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빠르게 전환하는 것처럼 농업통계도 위성영상을 판독해서 경지면적을 파악하는 등 현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자연재해 앞에서는 아직은 무기력하다. 아름다운 이 계절, 농민들의 땀으로 익어가는 곡식뿐만이 아니라 우리 주변의 현안들도 좋은 결실을 보길 기대해 본다.

 

김남훈 경인지방통계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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