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생명존중 1000인 선언문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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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0년 넘게 자살률 1위를 기록하며 ‘자살 공화국’이란 오명을 갖고 있다. 2016년 기준 OECD 국가의 평균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12.1명, 우리는 25.8명이다. 2016년 한해 1만3천92명이 자살했다. 하루 평균 36명, 40분마다 1명이 자살이란 극단적 선택을 한 셈이다.

 

스스로 목숨을 끊어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은 계층을 가리지 않는다. 유명 정치인과 연예인 등의 잇단 자살이 사회적 충격을 주는가 하면 일반 청소년ㆍ노인 자살도 늘고 있다. 자살은 어떠한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 자살은 자살자 한 사람의 불행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한 가정이 불행에 빠지고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다.

 

자살문제를 해결하려면 그 원인부터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래야 옳은 처방전이 나올 것이고, 자살률도 낮출 수 있다. 자살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 원인이 크다. 사회와 국가가 나서 생명경시풍조를 바로잡고 어린이집에서부터 노인정에 이르기까지 생애주기에 맞는 생명존중교육을 통해 생명존중문화를 확립해야 한다.

 

한국에선 걸음마 단계지만, 외국에선 자살 예방을 위한 민관 협력이 활발하다. 최근 12년새 자살률을 30% 감소시킨 일본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 직능 단체와 민간단체를 자살예방사업에 참여시키고 있다. 미국은 2025년까지 연간 자살률 20% 감소라는 목표 아래 민관 협력체 ‘The National Action Alliance for Suicide Prevention’에 250개 넘는 기관이 동참하고 있다.

 

지난 4일, 자살 방지 및 생명 존중을 실천하기 위해 종교 지도자와 시민사회 원로 등으로 출범한 생명존중시민회의가 ‘생명 존중 1000인 선언문’을 발표했다. 생명존중시민회의는 선언문을 통해 “하루 36명, 1년에 1만3천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참극은 해결을 늦출 수 없는 우리의 과제”라며 “정부와 기업, 학교, 언론, 시민사회가 자살로 내몰리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자”고 촉구했다. △폭력 자극하는 드라마ㆍ게임ㆍ웹툰 적극 제재 △언론의 선정적 보도와 무분별한 자살 보도 금지 △집단 따돌림과 약자 괴롭히기 추방 △소외된 이웃의 가난과 궁핍 보듬기 △악성 댓글 막는 댓글 실명제 시행 △배려ㆍ공감ㆍ경청으로 공동체성 확립 △권한ㆍ권력 남용 방지 등 7개 대안도 제시했다. 시민회의는 9~15일을 ‘생명 주간’으로 선포, 생명 존중 의식을 확산시키기로 했다.

 

오늘, 10일은 세계 자살예방의 날이다. 생명 존중 선언문을 새기며, 자살 예방에 사회와 국가가 적극 동참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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