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가장 짧은 건 청춘이고 가장 긴 건 변명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그래서인지 일본이 제국주의 시절의 만행에 대해 아직도 구구절절한 변명을 늘어놓고 있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다소 비슷한 맥락에서 제국주의 속 개인의 삶, 그리고 그 삶 속의 변명을 그려낸 <어느 독일인의 삶>(열린책들 刊)은 제국주의의 피해자인 우리 국민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번 책은 ‘선동의 귀재’이자 나치 독일의 선두주자였던 ‘요제프 괴벨스’ 당시 나치 선전부 장관의 비서 ‘브룬힐데 폼젤’의 증언을 정치학자 ‘토레 D. 한젠’이 정리했다.
폼젤은 직장과 물질적 안정, 조직에 대한 의무감, 출세욕만 있었고 정치에는 관심이 없었다고 주장한다.
자신의 인생 역정을 생생하고 솔직하게 묘사하면서도 나치의 체계적인 범죄 행위들에 대해서는 자신의 개인적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좋은 직장에 들어가고 싶어서 나치당에 가입했고, 물질적 안정을 위해 당의 중심부로 이동하는 등 표면적으로는 제국주의에 열성을 다했지만 정치에는 관심이 없었다는 일관된 주장을 펼쳤다.
이 책을 정리한 한젠은 폼젤이 ‘정치에 관심이 없었던 것’이 아닌 ‘정치에 관심을 가지려 하지 않았던 것’이라며 ‘팩트 폭행’에 나섰다.
정치적 무관심을 잘못이라고 비판할 수 없지만 도덕적 책임까지 없다고 주장하기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이는 제국주의의 피해자이자 아직도 친일 청산이 이뤄지지 않은 우리 국민에게도 전달하는 바가 크다.
‘민족반역자’들을 변호하는 이들이 아직도 “당시 상황이라면 누구라도 친일을 했을 것이다”라는 감정에 호소하는 발언을 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도덕적 책임을 조명할 수 있는 근거가 생겼다.
아울러 정치적 무관심과 맹목적 지지에 대한 경계뿐만 아니라 제국주의에 앞장 선 이들이 역사 앞의 죄인인지 시대의 피해자인지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값 1만5천원
권오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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