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인천에 살던 필자는 전철을 타고, 서울역에 가서, 다시금 기차를 타거나, 불광동 시외버스를 타고 갔었다. 어머니께서는 도착하기 전에 꼭 전통시장에 들러 선물을 사셨는데 주로 소고기 몇 근, 닭 몇 마리 이렇게 사셨던 기억이 난다. 특히나 닭을 사면 생닭을 어머니께서 직접 고르시면, 주인이 그 닭을 잡아다가 목을 치고, 끓는 물에 잠깐 담갔다 세탁기 같은 곳에 넣는다.
우당탕탕탕, 우당탕탕탕. 탈수기 같은 털 뽑는 기계였다. 물끄러미 바라보던 그곳. 다음날, 다시 한 번 할머니의 손을 잡고, 추석맞이 때때 신발을 사러 시장으로 내려간다. 로보트태권브이 신발을 그렇게 신고 싶었던 필자, 다른 신발보다 비싸 보이는 가격에 망설였지만, 할머니께서 어린 마음을 이해하시는지 과감하게 집어주신다.
어디 추석에 뿐이랴. 선친께서는 “좌절하고 나태해질 때는 반드시 시장을 가봐라. 그곳의 활력과 생기 그리고 열정을 보면, 반드시 힘을 얻을 것이다”라고 말씀해주시곤 했다. 학창시절 성적으로 기분이 우울할 때면, 시장에 가서 그분들의 외침과 활력을 보면서 기운을 북돋고 했던 기억이 있다. 물론 왕만두, 순대 등 먹을거리도 기분 전환에 한몫을 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매년 추석이 되면 중소벤처기업부는 전국의 주요 전통시장과 함께 ‘전통시장 가을축제’를 실시한다. 경기도에서도 62개의 시장이 참여한다. 경품지급, 노래자랑, 축하공연, 게임, 시식 등 시장별로 다양한 행사를 통해 추억을 제공한다. 이벤트가 없으면 어떠랴. 차례상 차림 비용 역시 전통시장에서 준비하면 약 23만 원으로 대형마트의 33만 원 대비 10만 원 정도 저렴하다고 하니,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노래자랑에 참여하는 아빠, 경품을 뽑고 들떠 할 가족들, 모두에게 추석의 즐거움을 배가시킬 뿐 아니라, 잊지 못할 추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어린이에게는 추억을 만들어주고, 어른들은 재미와 옛 향수를 떠올릴 수 있는 전통시장. 달라진 전통시장에서,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 거리를 만끽하는 행복한 추석을 만들어 볼 것을 제안해 본다. 아울러, 서민들 주머니까지 생각해 주는 착한 전통시장은 언제나 우리 옆에 가까이 있다. 추석을 준비하며 전통시장에서 만나길 기대해 본다.
백운만 경기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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