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오판(誤判)

김규태 정치부 차장 kkt@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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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판(誤判)’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잘못 보거나 잘못 판단함. 또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명기돼 있다. 왜 갑자기 이 단어를 썼는지 궁금한 이들이 있을 것이다. 현 정부의 대북론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고자 하는 마음은 없다. 하지만 명백한 오판이 그 속에 내재돼 있다는 생각이 들어 답답한 마음에 이렇게 글을 써본다.

 

▶발단은 이랬다.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4월과 5월에 이어 지난 18일부터 평양에서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특별수행원 명단을 보고 있자면, 참 이해가 되지 않는 구석이 있다. 4대 그룹 총수가 동행하는 것도 그렇지만, 남북화해무드 속에서 가장 통일에 대한 대표성을 가진 경기도지사의 명단이 포함되지 않은 아이러니에 대한 답을 찾을 수가 없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16일 특별수행원 명단을 발표하면서 “지방자치단체와 접경지역 대표로 박원순 서울시장과 최문순 강원도지사를 포함했다”고 전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 두 가지 요소를 모두 만족시키는 단체장은 어느 누가봐도 경기도지사 밖에 없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남북 분단 이후 수십 년간 접경지역의 고통을 안고 산 곳도 경기도요, 전국에서 가장 큰 광역자치단체 역시 경기도라는 것에 반론을 펼칠 이가 누가 있으랴. 그런데 경기도지사를 제외시킨다고? 완전한 통일의 전초기지 성격을 띠는 ‘통일경제특구’가 서울 성동구에 만들어질 것도 아니고, 강원도 주문진에 설치될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런데 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이름은 명단에서 빠졌단 말인가?

 

▶우스운 생각을 해본다. ‘박원순ㆍ최문순’이라는 이름에 해답이 있는 것 같긴 하다. 이재명 지사에게 개명을 조심스레 추천해 본다. ‘명 대신 순’을 쓰는 건 어떠실른지. 그러면 다음 남북정상회담에는 동행이 가능하지 않을까. 누가봐도 명분이 없는 수행원 명단에 이렇게 어이없는 농담을 해본다.

▶국운이 달린 일에 ‘대결의 구도’도, ‘약육강식의 생태계’도, ‘정치 공학’도 결부돼선 안 된다. 철저한 명분과 실리가 있어야 국민들도 납득할 수 있다. 통일 대한민국의 중심은 경기도다. 과거에 연연하진 않겠다. 다음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그 날에는 경기도지사가 당당히 함께 하길 기대해 본다. 오판(誤判)은 한 번으로 충분하다.

김규태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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